은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은퇴의 현실
A님이 은퇴하셨다. 외국계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정년까지 맞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과 같은 일이다. 참고로 A님 회사는 실적이 안 좋으면 해고가 매우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었다. 그러다 다시 실적이 좋아지면 사람을 뽑는다. 직원 보상은 두둑하다. 이런 환경에서 30년 넘게 일을 하고 정년까지 맞이한 그는 매우 경쟁력 있는 커리어를 보냈다. 자식 교육도 모두 마쳐 후련해 보였고, 은퇴에 대한 준비도 잘되어 있는 것으로 들었다.
퇴직 전 식사를 하고 간단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의 은퇴 준비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제안이 있는지 궁금해 여쭈어 보았다.
“퇴직을 앞둔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에게 제안해 주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은퇴는 현실이에요. 퇴직금 관리가 중요해요. 복리를 고려해서 000에 투자하세요.”
구조적 빈곤
2025년 현재 대한민국 평균 연령은 46세가 되었다. 공식적인 은퇴 연령은 60세이지만, 산업이나 직무에 따라 은퇴 연령은 그보다 일찍 찾아오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공식 은퇴 시점인 60세부터 국민연금 수령 시점인 65세까지는 5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더불어 은퇴 시점에는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재산과 연동된 건강보험료는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은퇴 이후는 병원비가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재정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한민국 초기 산업화 세대는 연금에 대한 사회적 제도가 미흡했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 세대의 퇴직 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노후 준비가 개인의 선택 문제처럼 보이지만, 통계는 이를 구조적 문제로 보여준다. 그 대표적인 지표가 노인 빈곤율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4%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인 1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노인 10명 중 4명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일부 개인의 준비 부족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오히려 연금 제도가 충분히 정착되기 이전에 산업화를 경험한 세대가, 제도적 보호 없이 노후를 맞이한 결과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4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67만 원이다. 여기에는 ‘평균의 함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과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의 약 70%는 월 수령액이 60만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다 보니 국가가 우리의 노후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기본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개인 차원의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
은퇴이후 선택
은퇴 시점 이후에도 노동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을 만들어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 및 사업소득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대기업 김 부장’ 이야기처럼, 다수의 사람들은 퇴직 이후 재취업이나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퇴직금 일시 수령을 선택한다. 이들은 치킨집, 상가 건물 투자,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방향으로 은퇴 자금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며, 다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송희구 작가의 『대기업 김 부장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야기인 셈이다.
두 번째로 재취업 역시 만만치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수의 경력자들은 자신이 일해 온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본인의 관련 분야에 쉽게 재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서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롯데에서 오랜 기간 몸담고 임원까지 지낸 정선용 작가는 그의 책 『아들아, 돈 공부는 인생 공부였다』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적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자기 정체성의 재정립을 통해 지속적인 학습과 도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자기 정체성’이라는 부분은 특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직업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본인의 전직 커리어를 활용해 후배들에게 연락하며 쉽게 비즈니스를 만들어보려 하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쉽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전문화된 특화 분야에 국한된 경우였다. 자신만의 전문 영역이 재취업으로 연결된 사례들이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취업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남은 선택지인 금융소득에 대한 준비는 더욱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금융소득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편에서는 금융소득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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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노인 빈곤율: 소득이 전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노인의 비율을 의미한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중위소득은 약 220만 원 수준이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월 소득 110만 원이 되지 않는 노인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