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에서 연금으로: 4% 법칙과 노후 설계의 기술

by Ryan 책방


욜로를 즐기던 A 후배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 A는 전형적 욜로였다. 20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는 일본, 태국 등 아시아를 시작으로 멀리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까지 시간이 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 그는 시간이 가능할 때마다 ‘힐링’ 목적으로 여행 도파민을 지속적으로 분출하고 있었다.


직장인으로서 주머니 사정이 궁금하여 미래는 걱정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노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면 힘들어서 놀지도 못해요. 선배도 나이 들기 전에 여행도 하고 인생을 더 즐기세요.”


그는 친절하게 나에게 충고를 했다.



어느덧 10여 년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중견 책임 역할을 탄탄히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었다.


“최근에는 어디를 다녀왔어? 전에 여행 좋아했잖아.”


“웬걸요. 지금은 여행 많이 못 해요. 저도 40대가 되며 노후가 고민되기 시작하더라고요.”


“퇴직연금(DC: Defined Contribution) 관리나 개인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은 시작했어?” 내가 물었다.


그는 주저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회사를 통해 DB에서 DC로 변경된 것은 들었고,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개인연금(IRP)은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관리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놀라운 변화였다. 소위 말해 ‘욜로’를 부르짖던 그가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흥미로웠고, 연금 운영을 해야 한다는 동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처럼 보였다. 그는 아직 구체적 준비는 없었지만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자각은 하고 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금에 관심이 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연금은 일찍 준비할수록 앞서 언급한 복리의 힘 때문에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큼의 연금을 준비해야 할까? 이를 연구하여 발표한 사람이 있다.



4% 규칙

재정설계사인 윌리엄 벤젠은 은퇴 후 30년간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을 산출하면서 규칙(rule)을 발견했다. (1) 이것은 첫해 은퇴 자산의 4%를 인출하고, 이후 물가상승률만큼 금액을 조정하여 인출하는 방식이다. 자산 배분은 성장을 중점으로 하는 미국 주식 50%,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 50%에 배분 투자하는 것을 가정으로 한다.


은퇴 자산의 4%를 인출한다는 것의 의미는 본인이 소비하는 연간 소비액의 25배를 준비하면, 4%의 수익을 통해 고갈되지 않는 원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연간 2,000만 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원금으로서 25배인 5억 원을 준비해 두면 연간 이자 4%, 즉 2,000만 원의 수익을 받아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금융시장의 실제 역사 데이터(1926–1976)를 사용하여 경험적으로 밝혀진 경험론적 규칙(rule)이다. 2026년 현재 기준과는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핵심 원리인 필요 금액 대비 수익률을 나누어 원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면 은퇴를 한다고 가정하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은퇴준비

첫 번째로 소득 절벽이 나타나기 때문에 소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퇴 이후에 사업소득과 노동소득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퇴직 이후에는 크나큰 소득 절벽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예외일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노후의 경제적 상황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두 번째로 적절한 소비 규모를 산정한다. 통계상 고령 2인 가구의 최소 생활비는 월 250~30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다만 실제 체감 비용은 개인의 소비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2024년 기준 가구당 연간 평균 소득은 7,427만 원이다. 월평균 소득으로 환산하면 세전 619만 원 수준이다(3). 이러한 정규 노동소득은 퇴직 이후 재취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평균의 함정도 있기 때문에 통계에 의한 소비 및 소득이 다소 높아 보일 수 있다. 본 글에서의 메시지는 소비를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식, 명품, 남을 의식한 외부 활동, 경조사, 여행 등 자신의 인생 핵심 가치와 관련이 없다면 과감히 정리할 필요도 있다.


이렇게 소비 규모를 정하면 최종적으로 얼마나 연금을 준비해야 하는지 현실적 준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소 생활비는 2인 가구 기준 약 300만 원 정도라고 가정해 보자.


평균 연봉 수준으로 30년 근속 기준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 150만 원으로 가정해 보자. (2)


이렇게 되면 추가 필요 금액은 월 기준 150만 원이 되고, 연 기준으로 1,800만 원이다. 앞서 언급한 4% 규칙 적용을 위해 25배를 곱하면 총 4억 5천만 원이 된다.


4억 5천만 원을 은퇴 전 연금으로 준비해 두면 5% 이자만 활용해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4억 5천만 원은 좀 과하지 않아요? 살아가는 것도 퍽퍽한데 이런 목돈을 어떻게 준비해요?”



연금으로서 금융소득

이러한 이유로 연금에 대한 준비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복리의 효과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생활을 30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수익률 5%, 10% 두 가지 경우로 두고 4억 5천만 원을 달성하기 위한 불입금을 생각해 보면 매달 54.3만 원(5% 복리), 16.5만 원(10% 복리) 수준이다.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매달 불입하지 못할 정도의 금액도 아니다. 이것은 노후 연금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몇 년 후 후배를 다시 만났다. 그는 연금 준비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예금으로 치중되어 있던 포트폴리오를 미국 나스닥 및 S&P 500, 반도체 ETF 등으로 다각화해 두었다. 투자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수익률은 꽤 높았다. 게다가 개인연금 저축은 연말정산에도 도움이 되고 있었다.


욜로를 즐기던 시절보다 연금을 준비하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확신 있어 보였다.


내가 한마디 했다.


“노 땡큐.”





참고

(1) 4%규칙은 특정 자산 배분, 인플레이션, 시장 변동성 조건하에서의 결과이며 절대적 보장은 아니다.

Bengen, William P. "Determining withdrawal rates using historical data." Journal of Financial planning 7.4 (1994): 171-180.


(2) 이 부분은 기간, 초봉, 연봉 변화 등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니 참고만 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2025년 현재 월 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보통 60만 원 전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2024년 기준 가구당 연간 평균 소득 출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가계금융복지조사.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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