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생각 쉬어가는 페이지
욜로를 외치던 후배의 변화
오랜만에 사회 후배 A를 만났다. 사회 초년 시절 함께 일했던 후배다. 어느덧 그는 초급 간부가 되어 작은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마친 뒤,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사회 초년생 시절 국내외 여행을 다니고, 좋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친구들과 호캉스를 즐기는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요새도 가끔 해외여행 해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요즘은 바쁘기도 하고, 노후 생각도 조금씩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투자나 노후 준비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나는 약간의 놀라움과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감정을 느꼈다. 그는 한때 건강한 청년기에 인생을 최대한 즐기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실천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변화는 새삼스럽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흐르며 연차가 쌓이고 미래를 고민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였다.
이 변화는 단지 개인의 성숙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요즘 내가 자주 목격하는 하나의 현상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금 즐기는 것’만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듯했다.
골프 청년은 어디로 갔을까?
2020년 코로나의 발발은 우리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동은 제한되었고, 모임은 통제되었으며,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다. 회식 문화는 빠르게 사라졌고, 사람들은 점점 혼자가 되는 시간에 익숙해졌다. 동시에 사회 전반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눈에 띄게 등장한 현상 중 하나가 욜로 문화의 재부상이었다. 욜로족 자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지만, 코로나 시기에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생활 패턴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그 변화의 상징 중 하나가 바로 골프였다.
골프는 분명 좋은 운동이다. 스윙을 통해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고, 집중력과 멘탈 관리가 동시에 요구된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인간관계를 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골프는 여전히 비용 부담이 있는 스포츠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활동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기, 골프는 유행처럼 번졌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자, 아이러니하게도 골프장은 사람들이 허용된 범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탈출구가 되었다. 골프를 치지 않던 사람들까지 필드에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에게 골프는 운동이라기보다 하나의 신호였다. 비거리나 스코어보다 중요한 것은 SNS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이었다. 골프는 ‘나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는 수단처럼 보였다. 불안한 시기에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정상 궤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에게 골프는 잠시 스쳐 지나간 유행에 불과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 파이어족
코로나 시기 욜로 현상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아예 노동 자체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했다. 이른바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이후 대퇴사(Great Resignation, 자발적 퇴사)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는 퇴직 이후에도 재취업의 가능성이 비교적 열려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커리어 단절이나 일정 연령 이후의 재취업이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임에서 알게 된 후배 B 역시 한때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던 회사원이었다. 그는 몇 년 전, 꿈을 좇겠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후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며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곤 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였고, 일종의 ‘퇴사 모임’이 형성되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선택을 정당화하며 버텼다.
최근 다시 만난 그의 얼굴빛은 어두웠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요.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하는데….”
그는 여전히 인터넷에 글을 쓰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기, 내 주변에서도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있었다. 일부는 자신의 꿈을 좇았고, 일부는 전업 투자자를 꿈꾸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다시 조직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부디 그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노동에 참여하며 정규적인 소득을 다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 소득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중요성을 종종 잊은 채, 더 큰 자유나 다른 꿈을 상상한다. 그러나 노동 소득은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불안을 관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안전망이다.
그리고 그 안전망 위에서만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이 쌓이면, 돈은 또 다른 돈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금융 소득이다.
그 많던 골프 청년은 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현상이 주는 교훈은 매우 분명하다. 결국 우리는 경제적 자립 없이는 욜로도, 퇴사는 꿈꾸기 어렵다.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