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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우 Dec 24. 2020

나의 리틀포레스트를 꿈꾸며

    사직서를 냈다. 첫 직장을 8년, 그다음 직장을 2년 반 동안 다니면서 왠지 이 회사가 나의 마지막 회사가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었다. ‘5년만 더 다니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두 번째 직장생활은 생각지도 못한 작은 계기로 마무리 짓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사내 정치, 점심시간과 퇴근시간만 기다리던 월급루팡의 삶,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불평불만만 생기는 나날들. 돌이켜보면 직장생활 10년간 내가 해냈다고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것이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아 메일 쓰고 전화받고 결재받고, 남의 정치에 놀아나는 직장생활은 질리도록 했으니 이제 내 손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의 일을 해보자.’라며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다. 요가, 요리, 서핑, 캠핑, 여행 등 일로 해보고 싶었던 많은 취미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발리나 제주도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확신이 드는 일은 없었다. 요가 선생님이 될 만큼 요가를 잘하는가 하면 그냥 취미 수준이었고, 서핑은 좋아하는 것에 비해 실력이 늘지 않고 있었다. 캠핑도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수준, 요리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대접하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돈벌이를 할 수 있을까? 이 분야에서 오랜 시간 열심히 해온 누군가에게 실례가 되는 철없는 생각인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고민만 깊어 가고 결론이 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때 생각난 곳이 나의 고향이었다. 서울생활과 직장생활로 지칠 때 내게 위안을 주던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혜원’처럼 내가 뿌리내리고 자랐던 그곳, 힘들 때마다 떠올리며 다시 힘을 얻곤 하는 나의 고향, 섬마을 진도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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