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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우 Dec 27. 2020

사바아사나(savasana), 완전한 이완이 주는 평화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한다.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곤 한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잡다한 걱정거리가 떠오른다. 긴긴밤 이어지는 작은 근심 걱정은 눈밭에 굴린 눈덩어리처럼 부피를 키워가고 덩달아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때 나는 마치 우리 집 고양이처럼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있다. 걱정거리를 껴안고 있는 듯한 자세이다.

애옹이가 웅크린 자세는 귀엽기만 하다


잠을 이루지 못한 지 꽤 오래되었다.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잠 못 이루는 밤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럴 때면 항상 ‘걱정 끌어안기 자세’를 하며 밤이 빨리 끝나간절히 바라곤 했다. 새벽녘에 간신히 잠이 들면 한두 시간 후 일어나 출근을 해야 했다. 온종일 피곤함에 몸이 축 쳐져 집에 가서 잠들고 싶은 생각뿐이다. 하지만 어두워지면 다시 불면의 밤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요가 자세 ‘사바아사나’를 만나게 되었다. 완전한 이완. 송장처럼 온몸에 힘을 빼고 내 숨과 장기의 움직임마저 고요하게 하는 자세. ‘송장 자세’라고도 불리는 자세이다. 요가를 접한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매트 위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그 자세를 기억할 것이다. 깜박 잠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편안한 자세이다.


먼저 매트 위에 눕는다. 발끝은 바깥을 향하고 팔은 편안히 벌려 손바닥 하늘을 향하게 한다. 어깨와 골반을 들썩여 정열을 맞추고 눈을 감는다. 무심코 찌푸리던 미간과 이마,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있던 턱, 손끝, 발끝, 모든 곳에 힘을 빼고 고요히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에만 집중한다.


그 순간 나는 바다에 떠있는 무생물이나 해초가 되는 상상을 한다. 고요한 바다에 누워 온몸의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몸이 떠오른다. 살짝살짝 치는 물결 따라 내 몸이 흔들린다. 나는 마치 의지가 없는 해초인 마냥 자연의 흐름대로 흐르는 것이다.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많이 가지려고 애를 쓰던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평화를 맛본다. 온몸에 주고 있던 긴장을 탁 풀어놓으면 머리를 채우고 있던 온갖 근심 걱정이 잊힌다.

바다에 떠 있는 상상을 하면 이완이 더 쉽다. 프리다이빙도 몸의 이완이 중요한데 나는 이때 스스로를  해초라고 생각했다.


직장생활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는 요즘, 나도 모르게 걱정을 껴안는 자세로 누워 온몸에 힘을 주며 잠을 청하는 때가 있다. 불안과 초조가 나를 감싸면 머릿속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고, 잠은 저 멀리 떠나가버린다.


‘내가 또 걱정거리를 껴안고 있구나.’


사바아사나 자세를 취해본다. 깊은 들숨과 깊은 날숨으로 걱정거리를 내뱉고  힘을 탁 풀어본다. 생각을 멈추고 다시 바다 위에 떠있는 상상을 한다. 자연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잠이 들어 있을 것이다.


평화롭기만 할 수는 없다. 경중을 떠나 근심거리, 걱정거리는 생겨나는 것이다. 늘 피하거나 잊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휴식 필요하다. 잠을 청할 때만이라도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자기 안의 평화를 찾아 쉬어갈 필요는 있다. 그래야 좀 더 맑은 정신으로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은 조금 긴 사바아사나 자세를 취했다.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사바아사나,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내 앞에 놓인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오랜 고민을 해오고 있다. 아직 어느 길로 갈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좀 더 맑아진 머리로 주어진 문제들을 직시하고 싶다. 그리고 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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