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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원 Feb 07. 2024

1. "무슨 일 하세요?"

백화점에서 일해요

 "무슨 일 하세요?" 

 처음 알게 된 사이에서 무조건 나오는 질문이다. 내가 직접 듣지 않더라도, 우리 부모님을 통해 내 직업을 묻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

 "(저는, 또는 내 아들은) 백화점에서 일해요."

 하고 답을 하면, 상대방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백화점? 거기서 뭐하는데요?"라고 재차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 하고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더 묻지 않는 반응이 있다. 전자처럼 먼저 물어봐주면 구구절절 설명이 가능하지만, 후자처럼 반응해버리면 순간 속이 답답해지면서 설명 욕구가 차오르기 마련이다. '혹시나 백화점에 있는 한 브랜드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이해한건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2019년, 백화점에 입사 후 약 2년 동안은 위와 같은 상황이 오면 자꾸 내 직업을 설명하려 들었다. (아마 우리 부모님은 더 오래 걸리셨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그때는 '나름 나도 대기업 회사원인데!' 하고 은근히 티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난 우리 회사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이제 입사 후 만으로 5년이라는 경력을 채운 지금 시점에선, 더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 이상의 설명을 굳이 하지 않는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도 없다. 그저.. 귀찮을 뿐이다.


 그렇게 귀차니즘에 빠져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그만둔지 꽤 오래되었다보니, 오히려 나 스스로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싶어졌다. "5년"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막연한) 정리에 대한 의무감이랄까? 지금 쯤 잠깐 멈춰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 것만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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