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시 성당의 저녁 앙상블

부다페스트의 깜짝 선물

by 램즈이어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고대하며, 낮에 부다 왕궁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저녁시간을 어디서 보낼지 궁리해 보았다. 전망이 가장 좋은 겔레르트 언덕은 밤시간 인적이 끊기면 어둡다고 하니 차가 없는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택시도 요금이 각양각색이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뜻밖에도 어부의 요새 바로 곁에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마차시 성당-1867년 헝가리왕으로도 즉위한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화려한 대관식이 열린 곳-으로 낙점되었다.

왕궁을 둘러보고 성당 앞에 도착했을 때 그날 밤 현악 앙상블 연주회가 열린다며 티켓을 팔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이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 일정을 봤는데 우리 시간표와 맞지 않아 아쉬웠던 참에 무척 반가웠다. 좌석에 따라 세 가지 요금인데 15000 포린트(40유로)의 중간 자리를 예약하고 내부 관람을 저녁으로 미뤘다. 밤에 그곳에 다시 오면 다뉴브 야경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어부의 요새 안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들며 흐린 낮시간의 다뉴브를 핸드폰에 담았다.

연주회 관람자만 출입하는 저녁시간의 성당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예배당 내부의 장식들도 더욱 경건하게 빛나는 듯하며…. <캐논>을 시작으로 일곱 명의 앙상블이 현을 켰는데, 얼마나 크고 풍성하게 울리던지! 마치 20명 정도의 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선율이 자녀들이 어렸을 적 이곡을 연주할 때의 옛 시간으로 데려가, 한동안 둥지가 북적일 때의 추억에 젖었다. 레퍼토리가 모두 쉬운 클래식곡 이어서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다. 여기서 내 생애 최고로 아름다운 < 타이스의 명상곡>을 들었다.

한 시간 정도의 음악회를 마치고 나오니- 멜로디 세상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또 하나의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어부의 요새가 동화나라 마법의 성으로 둔갑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부다페스트 야경, 유럽 3대 야경 하나보다. 네모난 발코니가 조금씩 다른 각도로 멀리 페스트 지역 국회의사당을 비추는 다뉴브 강을 안고 있다. 어린이처럼 마음이 붕 떠서 한 곳 한 곳 옮겨가며 내다보았다. 부슬부슬 비도 내리니 그 성벽을 서성거리다 보면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날 것도 같은데….

갑자기 일련의 무리를 거느린 한국인 가이드의 커다란 음성이 들렸다.

"바로 이곳에서 여러분의 인생컷이 탄생합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그 네모 안에 들어가 일러준 포즈를 취하게 한다. 우리는 사진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그들을 지켜보다가 문득 현실감이 생겨서 어떻게 돌아갈까 슬슬 궁리하기 시작했다.

어부의 요새 밤풍경 멀리 보이는 페스트 지역의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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