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예배당의 빈 소년 합창단

비엔나에서 성스럽게

by 램즈이어

일주일간의 비엔나 여정을 계획하는 여행책자에서 가을에는 빈 소년 합창단을 왕궁 예배당 미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고 해서 영작을 하려고 끙끙거리다 어떤 폼으로 적어야 하는지 알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연말까지 각 일요일의 미사곡명이 쫙 나열돼 있고 티켓 구입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좌석에 따라 15~48유로의 가격으로. 편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티켓을 사는 거였다.

빈 소년 합창단, 유명 남성 합창단,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이 함께 한다고 하니 착한 가격이라 냉큼 구입하고 종이로 출력해 두었다. 10월 8일에는 슈베르트 미사곡 다장조 D 452, 여권 지참 9시 15분 시작에 9시까지 착석해 달라는 안내가 있었다.

씨씨 박물관 가까이 있는 왕궁 예배당 (Wien Hofburgkapelle)은 전날 장소를 확인해 두었다.

긴장이 되어 8시 45분경 도착했는데 신분증 제시 없이 티켓만 확인받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천상의 목소리! 마음이 무척 기뻤다. 연습 중인 모양인데 꼭 어떤 환영을 받는 기분이었다.

성당 내부는 아늑하고 예뻤다. 그 옛날 요제프 프란츠 1세와 엘리자벳 황후(씨씨)가 예배 보았을 장소라 감개 무량했다.

그런데 미사가 시작되어도 소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합창만 위쪽에서 들려왔다. 관현악단도 그쪽에 함께 있는 것 같고, 앞쪽에는 성가대원 인듯한 남성 합창단만 도열해 있다.

개신교도 인지라 미사는 처음인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중간중간 삽입되는 음악 예배를 보는 셈이었다. 중간에 성경말씀 낭독이 두 번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빌립보서 4장 6-9절이 있어서 반가웠다. (예배 순서지에 말씀 부분만 영어로 표기되어 있고 다른 부분은 모두 독일어)

주기도문 song은 다 함께 Pater Noster 라틴어로 불렀다. 가사와 악보가 수록되어서 더듬거리며 따라 해 보았는데, 뭔가 더 깊고 경건한 느낌이었다. 신부님 강해는 물론 독일어라 깜깜이고, 우리 교회에서는 사라진 지 오랜 바구니를 돌리는 헌금 시간, 모두 일어나서 악수를 나누는 친교의 시간이 있었다.

예배가 거의 끝난 마지막에 소년 합창단이 내려와 제단 앞에 도열해서 어떤 곡을 부른 후 인사를 하고 포즈를 취했다. 멤버 중에 동양 소년들이 몇 명 보였는데, 나중에 복도에서 마주친 한국학생은 현재 중 3이며, 작년에 빈 합창단을 졸업했고 그날 2층 안내를 맡았다고 한다.

소년 합창단원은 생각보다 숫자가 적었지만 성당 내부가 넓지 않아서 예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여러 곳에서 안내하듯 빈 필하모니와 빈 국립 남성 합창단이 함께하는 큰 스케일의 미사는 아니었다. (그 성가대가 빈 국립 남성 합창단의 일부 일 수도 있겠지만) 관현악단은 내려오지 않아 모습을 끝내 볼 수 없었다.

예상보다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슈베르트 미사곡에 은혜를 받아 영혼의 때가 씻기는 듯 마음이 무척 밝아졌다. 귀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성당 오른쪽에 걸려있는 성화 / 미사 내내 빈 소년 합창단이 노래 불렀을 성당 뒤편의 4층 정경
예배가 거의 끝나서 핸드폰 촬영이 가능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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