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가을비 소리 들으며
보들레르의 <작은 노파들>을 읽는다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창피한지, 오그라진 그림자처럼
두려움에 질려 고개 숙이고 담벼락에 바짝 붙어 그대들은 간다 ---
나는 본다, 꽃처럼 피어나는 젊은 날 그대들의 수많은 사랑을
나는 산다, 그대들 지난날의 어둡고 밝은 나날을
11월엔
빅토르 위고에게 이 시를 바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엉거주춤 파스텔 톤 단풍 속에서
감나무 열매를 찾아본다
시인 글벗님이 적었던 오롯한 감빛 느끼려
시리도록 붉어지는 까닭을 생각하며
모든 늙어가는 生 내면의 붉은 한 점을 보려
조심스레 빗장을 여는 11월
지혜 날카로움 청력을 얻어
가을빛 그림 속 여인에게로
주름진 체념의 표정에
주홍빛 천을 두른 노파와
청색 옷의 긴 머리 부인 사이에
가만히 서있어 본다
약하고 고독하고 서글픈 존재의
애절한 목소리 가운데
한가닥
생(生)의 금빛 멜로디 들릴까 해서
허물어진 폐허의 얼굴 속에
얼핏
과거로부터 영원을 가르는
시간의 은빛 얼굴 볼까 해서
11 월님
음 소거를 해지해 주세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네요
간절히 시인이 되고 싶은
연갈빛 11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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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연의 파랑 글자: 보들레르의 『악의 꽃』 <작은 노파들> 네번째 파트에서 부분 발췌. 박철화 번역본
다섯 번째 연의 남청색 글자: 그 밖의 나 작가님 11월 4일 발행 산문 <감잎을 보며>에서 부분 발췌.
Egon Schiele <The Procession> 1911,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wie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