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밤은 특별한 날이었을 것이다
밤의 여왕 대관식이 열린 것일까?
바다는 물결하나 움직이지 않고
칠흑 같은 어둠
모두가 숨죽이는 가운데
스스로 후광을 두르고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
자신의 영광에 흡족해서
살짝 취기가 돌아 보인다
그녀의 가벼운 미소에
수많은 뮤즈들
날개를 펴
금빛 양탄자를 만드네
그 밤에
독일 어느 청년은
월광 소나타를 짓고
미국의 듀엣은
The sound of silence를 불렀으리
농부 화가가
울트라 마린, 노랑, 감청의
매직 물감을 하사 받은
그 밤
나도
저곳에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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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독일의 표현주의 대표 화가 에밀 놀데(1867-1956)의 강렬한 색채, 거친 붓터치, 틀을 벗어난 성화를 좋아합니다. 이 그림은 다른 그림에 비하면 비교적 얌전한 것 같습니다. 도시에 싫증을 느낀 놀데는 1913년 남태평양으로 가는 과학 탐험선에 합류하는데, 파푸아 뉴기니를 건너며 그는 광활하고 적막하며, 무한하게 넓은 바다를 만났습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바다는 한동안은 난폭하게 거칠다가 몇 달 동안이나 묘하고 숨 막힐 듯이 조용했다"라고 합니다. 이때의 감각은 그에게 마치 '태초 그대로의 세상'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미술관의 그림 옆에 걸린 설명 글에서)
Emil Nolde <Moonlit Night> 1914 Albertina Museum Vie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