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되어

파블로 피카소의 <Sleeping Drinker>

by 램즈이어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천사가 되어야겠습니다


날개를 달고 123년 전

외롭고 누추한 그 방으로


일단

보송하고 도톰한 담요로

얄팍한 외투를 덧 싸고


당신을 끌어

편안한 침대에

뉘어야겠어요


깨어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볼 겁니


해가 뜨고

당신이

눈부셔하며 눈 까풀을 열다가


커다란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아 버리면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머뭇머뭇

게슴츠런 눈을 다시 뜨면


눈을 마주치며 한번

방긋 웃어줄 거예요


개운한 해장국과 제산제로

속 쓰림 메슥거림

진정시키고


가냘픈 눈빛에 힘이 좀 서리면


조심히 두 마디만

묻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마셨나요?

당신의 사람이 떠나 버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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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피카소가 전통적인 회화의 틀을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이제 막 가기 시작하는 blue period 초기의 작품입니다. Blue period 에는 주로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 창녀, 노인, 병든 자, 알코올 중독자- 을 주로 그렸습니다. 피카소는 이 그림의 모델이 누구라고 딱히 언급하지 않고, 여성으로 그렸지만 얼굴선이 그의 절친 시인이자 화가인 카를로스 카사헤마스를 닮았다고 합니다. 카를로스는 실연의 아픔으로 파리의 카페에서 1901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소천 후 피카소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I started painting in blue when I realized that Casagemas had passed."

Pablo Picasso <Sleeping Drinker> 1902, kunstmuseum, Bern Albertina Museum Vienna 2023년 10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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