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모으는 소녀가 되어
에데 스피로의 <기도하는 소녀>
순수한 소녀의 기도는 효험이 클 것이다
이런 기도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
파우스트를 향한 그레트헨 까지는 아니라도
사랑을 위해 기도했던
젊은 날이 떠오른다
그 기도는
비눗방울 놀이처럼
처음에는 무지개 빛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곧 온 데 간데 소식이 없었다
짝사랑의 환상은 깨지고
시부모 모시는 맞벌이 생활
낭만의 색채라곤 없었으니
흰머리 나이에
문득
동지로 분(扮)한
사랑의 재발견
아토피 성한 등 긁어주고
군소리 없이 벽에 못 박아주니
대단한 기도응답 아닌가?
2023년 늦가을
다시 소녀의 마음으로
기도 방울 후~ 불어보리라
천사를 보내주세요
다니엘과 마리아에게 나타났던
가브리엘 급 정도로다가
먼 여행 떠나 소식이 없는,
가녀린 끈으로 겨우 손잡고 있는
글벗님
다시금 씩씩하게 농사지을 수 있게
조바심의 참새 좇아 주시고
알아주는 이 없어
자신이 왜소하게 보이는
해충 막아주세요
그 소박한 마음 밭에
감수성의 이른 비 주루룩
태양의 단어 햇살 가득히
영감의 늦은 비 철철 내려
때가 차매
걸작의 이삭
알알이 맺히도록
반 고흐처럼 슬픈 스토리는 사양합니다
이 세대와 교감하여
살아생전 그 열매를 보아
박수갈채 들리는
금빛 들판에서
글벗님의 수줍은 미소
보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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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Ó Ede(1805~1856)의 1840년 작품
<Girl at Prayer> 헝가리 국립 박물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