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왜성
슈퍼피포 작가님 <태양에 불을 끄러 가려면?> 댓글 동시
아빠는 모르심
내가 왜 안 자겠다 뻐팅기는지
생떼 부리다 혼나고 울면
어김없이 와주는 우군이 있지롱
피터 팬에게 가다 말고
우주여행 시켜 주러
쌩 날아오는
윈지 팅커벨
해님 불 꺼야 해!
오케이
윈지님 방열(放熱 heatproof) 날개 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푸시시식
우리의 초강력 소화기엔
땡깡쟁이들 울음 가득
노랑 눈물 분수에
점점 식어가는 해님
어흐흐흑
해님이 도망가기 시작한다
해님 불 꺼지면 지구가 될 거야?
아니, 부끄럽고 슬픈가 봐
좇아가보자
불 꺼진 해님 사라진 곳을 좇아
은하 여행 999
따뜻하고 논리적인 별들도 스치고
파랑 눈이 내리고
초록 달이 빛나는
어떤 별을 지나다
태양이 눈 부시는 지구는 하나 ♫
앗!
아빠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
쉬잇~ 저기 찾았다
차가운 적색 거성의
멋쩍은 모습
부끄러워마
우린 여전히 해님 좋아해
갑자기 검푸른 창공을 가르는
하아하아 메아리
백색 왜성이 울부짖다
울지 마
우린 해님 그리워
보랏빛으로
점점 어두워지는
신비한 세상이 보이네
이제 해님이라 부르지 마
내 이름은 흑색 왜성이야
그래도 널 안아 줄 거야
너의 시간에 입 맞출 거야
더 이상 눈부시게 빛나지 않아도
한번 해님은 영원한 해님
그런데
점점 사라져 버리네
엉엉
지구별로 돌아가기 싫은데…
윤우야 일어나야지
유치원 늦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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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피포 작가님 12월 18일 발행 글 <태양에 불을 끄러 가려면?>을 읽고 적어 본 댓글 동시입니다. 많은 단어와 표현들을 그 본문과 댓글에서, 그리고 넬의 곡 <백색 왜성> 가사에서 빌렸습니다.
대문의 그림: Joan Miró <Woman in front of the Sun> 1949, 빈 알베르티나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