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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들판 위의 김치전

ACCI 작가님 <김치로 하는 일>을 읽고

by 램즈이어

『신곡』의 연옥 편을 읽다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도 읽기 진도를 나가려

부지런히 베르길리우스를 따라갔다

스승은

김치 병정 혼령들이 뒤풀이 한다는

선술집 비슷한 곳으로 데려갔다

'조용한 들판 위의 김치戰'

(kimchi chaos over the seemingly peaceful green)

을 치렀다는

동글동글 귀여운 녀석들의

무용담이 한창이었다

병사 1

우리 주인이 은은한 단맛을 찾아냈어

양파의 비밀을

병사 2

요상한 뒷맛을 무릎 쓰고 케일까지 먹어

이긴 사람은 우리 주인이야

병사 3

말마, 우린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불러

'초록색 케일 들판 위의 김치전'

네모 캔버스에 담게 했지


갑자기

하양 적삼에 초록 치마의 예쁜 여전사가 나타나

다른 병사들을 제압했다

넌 전투에도 안 갔잖아?

이래 봬도 아찌님 식탁에 올랐지

그리고

너흰 모두 헌 김치, 난 새 김치야

옆 테이블에 시끌벅적

넓죽하게 못생긴 병정들이 자리한다


너흰 어디서 오는 거야?

이제 막 서울서

‘소란한 들판 위의 김치戰’

(kimchi chaos over the seemingly noisy green)

을 마쳤지

우린 깻잎 위에서

누가 이겼어?


잎들이 뜨거운 김에 축 늘어져

승자가 나오지 않았어

쯧쯧 불쌍하군

고생만 했네

아니야

임펜하이머 님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눈보라 치는 날도 김치戰이 제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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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 작가님의 <김치로 하는 일>을 읽고 쓴 댓글시입니다. 많은 표현들을 그곳에서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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