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 작가님(김정희)이 쓰신
<벚꽃 오는 날>
김정희
네 환한 마음이 한 생애를 들키고 있다
흰빛을 하고 멀리서 오는 손님
발 한쪽 디디고 선 하늘, 파랗게 나부낀다
소리를 가두고 폭포수의 비명으로 떨어지며
천지를 흔드는 흰빛 소란,
오후 한때 비워 너를 맞이한다
네 바람의 얼굴 햇살로 떨고
일렁이는 그림자, 물결을 이룬다
여한 없이 살려면 이래야지
하얗게 눈부셔야지
봄 앓이는 캄캄한 얼음이었을 게야
난분분, 봄을 앓는다
가볍다고 무게가 없는 것은 아니지
너를 안았던 봄날의 길목에서
두 눈 감고 기댄 품
사랑이라 부르네
벚꽃 아래
생은 하얗게 오거나 간다
사랑이 자꾸 날린다 *
<벚꽃과 시인 지망생>
램즈이어
찰칵찰칵
플래시 세례 속에
고대하던
봄 공주님 행차
빵처럼 부푼 연분홍 치마에
발랄한 웃음 호호호
한껏 우러르는 나와
눈 마주치자
초짜 시인 그대
시(詩) 한 수 지으라
야호
공주님 기쁘게 할
기막힌 한 수
맘속 깊은 데서 송송송
옳다 됐다
입신양명할
둘도 없는 기회
그때 그만
투두둑
두레박 끊기는 소리
너무 촐랑댔을까?
올라오지 못하여
벗님 시(詩)로
대신 읊어 드리네
마마, 소생 아직
시인 지망생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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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의 계절』 그림 에세이 김정희 글, 그림, 도서출판 진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