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나무꾼이 선녀의 비파를 만난 것처럼

by 램즈이어

독일 생활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의 도이칠란트 티켓으로 쾰른 다녀온 글을 읽었다. 대성당에서 관심이 전혀 없는 어린 아드님 때문에 금방 나와야 했다. 뒷 담 쪽을 지나다가 클래식 연주자 차림의 사람들과 맞닥뜨렸는데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며 대성통곡을 했다.** 흥미로운 이 묘한 대비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다가 번개처럼 어느 장면이 생각났다.

결코 잊지 못할 일이었는데 왜 한동안 잊었을까? 그리움이 진해지면 그 사람을 보호하려고 망각의 천사를 보내시나 보다.

10여 년 전 쾰른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 장엄함에 압도되었고 성화들과 조각상, 스테인드 글라스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정작 가장 유명한 동방방사의 성물이 보관된 궤는 보았는지 안 보았는지 생각이 안 난다. 거의 구경이 끝날 무렵 홀연히 어떤 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인 거는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경쾌함이 깃든 음색이었다. 오르간이 있을 것 같은 2, 3층 벽을 눈으로 더듬어 보아도 파이프나 연주자가 보이지 않았다. (잘 보이지 않게 세팅이 된 듯)

선율은 천상의 음악처럼 맑고 곱고 신비했다. 음악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은 모조리 주고 있는 것처럼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곡조에 몸과 마음이 씻기는 기분도 들고 치유와 기쁨을 얻은 것도 같았다. 그 가운데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는데 7~10분 후 연주는 끝이 났다.

한참을 넋이 나간 채 있으니 나의 아쉬움을 아는 듯 다시 오르간 연주가 시작 되었다. 마음이 들떴다. 그런데 익숙한 찬송가 풍의 그 곡을 시작으로 12시 미사가 시작되는지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 있었다.

한동안 망설였다. 가톨릭 미사 순서를 모른다 하더라도 저 오르간 연주를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해 좌석에 앉아 있자. 아니야, 금방 신도가 아닌 것이 들통날 거야.

결국 용기가 없어 얼떨떨한 채로 성당을 나왔다. 한국에 와서도 내내 그 선율이 마음과 귓가에 맴돌아,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못해 곡명과 작곡자를 캐치 못한 게 한이 되었다.

숲 속에서 갑자기 선녀의 비파 연주를 만나, 그 선율에 푹 빠지고, 그녀가 홀연히 하늘로 올라가 버려 혼자 남겨진 나무꾼과 비슷했다.

그 곡의 그림자라도 맛볼까 하고 유명한 파이프 오르간 거장의 연주를 들으러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명동성당에서 고난 주간에 열리는 via Dolorosa (십자가의 길) 파이프오르간 연주회에도 갔다. 유럽의 큰 성당에 갔을 때- 세비야 성당 등-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 귀 기울였지만 쾰른 성당의 선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쾰른 대성당의 구조가 좋은 울림을 만들고 그곳 전담 오르간 연주자가 훌륭했을 것이고 그때 선택된 곡이 로맨틱하면서도 성스로운 것이었으리라.

언젠가 쾰른 대성당을 다시 방문할 때를 대비해 가톨릭 신도인 친구에게 미사 순서도 배워 두었다.

가톨릭 교회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열심히 참석하는 편이다. 성가에 동반하는 오르간 연주를 들어보려고. 친구들은 내 맘을 모르고 중간에 식사하러 가자며 손짓 눈짓으로 부르기 일쑤다.

그 추억 소환으로 옛 선율이 떠오르고 다시 선녀의 비파를 그리워하는 나무꾼 신세가 되려 한다.

어찌하면 좋을까? 해외여행은 아직 할 처지가 못 되는데….



** '이러려고 공부한 여자' 작가님의 <여행은 무계획이 제맛>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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