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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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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 6월 7일 발행된 opera 님의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55화>에서,

철제 의자 바닥 위로 빠끔히 올라온 마가렛 한송이의 확대 스케치에


<올리버 트위스트양 >

5월 9일 마가렛 밭에서 밤새

비상 회의가 열리다

주인님이 친지에게 흘린

‘청초하고 아름답지만

꽃이 절정이 될 때 제거해야 한답니다 ‘

가 새나갔기 때문에

대표를 한 사람 뽑아

재고해 주십사

청을 드리기로 하다

누가 대표가 될 것인가?

아무도 나서지 않아

제비를 뽑기로

창백하고 여리여리한

올리버 트위스트양이 뽑히다

(다른 친구들이 비겁하게

꽃봉오리를 숨겼기 때문)

대장의 명령


아침 해가 뜨자마자

다른 꽃들이 주인님을 사로잡기 전에

의자 철망 사이로

한껏 고개를 내밀어

주인님 눈에 띄어야 한다

청을 드린 후

꿀 밤 맞고

그 위로 누가 앉아 뭉개고

꺾이게 될지라도

영광으로 생각하라

수런대는

친구들의 동정

(혹은 쌤통이라 말하기도)

이른 새벽

죽으면 죽으리라

맘을 다잡고


해가 뜨자 얼굴을 내밀어

방긋 인사 올리다

물줄기 사이로

다가오는 주인님

두근두근

하에 지는 꽃잎파리


고개 숙여 눈이 마주치다

물보라 속에 피어나는 미소

친구들은 알지 못하다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이

주인님 그림일기에 실려

그날의

미스 브런치로 뽑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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