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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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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 ACCI 작가님의 브런치 북 Wild Index 9화 <밥 먹다가> 마지막 부분의 사진, 아기곰 발자국 모양으로 절단된 레몬의 단면에서


<금지된 사랑 >

네가 다녀간 그날

위험을 무릅쓰고 선물을 남긴 날

그걸 그만 주인에게 들키고 말았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하시며

사진을 열 장이나 찍더니

그것을 디너 테이블로 가져가시지 뭐야

철학자 손님들 여럿이 있는

내 마음은 쿵쿵

간은 콩알만 해졌지

“곰발바닥 넘 귀엽네요. 저걸 드셨나요?”

“레몬에 아로새겨진 미니 곰발바닥 정겨워요”

철~렁

일단 맥락을 잘 모르는 것 같았어


다음도 조마조마

가장 영리해 보이는 호메로스님이니까

휴~

한 편의 대서사시 하며

무사히 넘어갔어

그런데 마지막 캐리소님이 글쎄

미심쩍은 표정으로

곰 냄새가 나는지 본다고 킁킁 코를 대보지 않겠어?

난 놀라 잠시 기절했지


너무 쫄지 마

눈치챈 것 같진 않았어

주인님이 곧장 온 손님들을 데리고

흐르는 나,

과육의 향에서 시작해

은하단까지 이르는

일리어드급 여정에 들어갔으니까

너는 나를 인(印)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Place me like a seal over your heart

like a seal on your arm; for love is as strong as death

정원의 과일과

야생 아기곰의 사랑이

금지되었다고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한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내 가슴에 새겨진

네 자국은

우리 사랑이 존재한다는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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