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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대성 Jan 22. 2024

6. 내 생애 첫 오디오

나의 첫 기도 제목

아버지가 즐겨 듣던 독수리표 전축으로 음악을 들었다.

월남에서 가져온 보물 전축은 너무 오래돼서

다락방 신세였고, 

가재골로 이사 온 후 아버지가

살맛 나기도 한 것도 있지만 

마침 아시안게임이나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나라 경제가 괜찮아졌다. 

덕분에 건축붐이 일어나

여기저기 일들이 솔찮게 들어온 거고

그래서 제일 먼저 독수리 전축과

금성 테레비를 사신 거다.

그러나 독수리 전축은 내 구미에 안 맞았다.

우선 오디오라 하면 적어도 4단 이상이 되어야 폼이 나는 법인데 달랑 한단짜리 리시버였다.

거기다 Inkel이나 Lotte Pioneer처럼 뜻을 알 수 없는 영어로 된 메이커가 음질이 좋은 건데 독수리표라니?

독수리가 도대체 오디오와 음악과

무슨 상관이 있겠냔 말이다.

그러나 그걸로 들을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장군이 형이 어느 날 

작은 검정색 금성 카세트 하나를

나한테 들이 내밀었다.

5천 원이란다.

형이 도대체 이 귀한 것을 어디서 났는지 알듯도 싶었지만 굳이 묻지 않고

엄마에게 우리가 횡재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5천 원만 달라고 했다.

한 동안 그 녀석이 나의 귀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었다. 다른 친구들의 마이마이나 요요가 더 멋져 보이기도 했으나 음질을 들어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나 금성카세트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왜냐하면 이상하게도 독수리표 전축으로 들었을 때는 박진감도 넘쳤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났다.

거기다 독수리표는 금성카세트처럼 귀불편하게 헤드폰으로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구닥다리 디자인에다가 1단밖에 되지 않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중 결정적으로 못 볼 것을 봤다.

역전롯데파이오니아 대리점이 생기면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 

지나가던 나의 눈에 들어왔다.

오디오 사진이 수두룩하게 찍혀있는 카탈로그와 요구르트까지 주는 게 아닌가?

정확히 얘기하면 새로 오픈을 했는데 삼색으로 휘향 찬란하게 가게 앞을 꾸며서,

 지다 가다 기웃거렸더니 친절하신 사장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들어와서  라 한 거다.

돈도 없고 볼품없는 삐리인 나에게 베푼 호의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잠깐 한바뀌 둘러보는 내내 내 심장이 쿵쾅쿵쾅 마구 뛰면서 혼미하기까지 했다.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느냐?라고 물어 볼만도 했을 텐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들어보나 마나 아주머니의 미소처럼

환상적인 소리가 나올 것은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상황이 흘러갔다.

자나 깨나 롯데파이오니아만 생각났다.

주인아주머니의 친절한 미소와 7단도 넘는 위풍당당한 오디오 세트.

거기다 각 기기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알록달록한 불빛들이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아른거렸다.

내가 지금 금성카세트로 듣고 있는 이 Queen의 Radio Ga Ga를 롯데 파이오니아 오디오로 듣는다면 정말 거짓말 아니고 10배 정도는 더 좋을 텐데...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세상은 넓고 살 거는 많았는데 난 롯데파이오니아 오디오세트 하나면 충분했다.


철저한 준비 후 엄마한테 먼저 설명을 드렸다.

엄마의 아들이 꼭 사야만 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거만 사주면 난 공부 잘할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소원도 없을 것이 확실하다.

또 내가 이걸 사면 분명 이다음에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물건이다.

그게 뭔지 궁금하지 않냐?

그게 얼마여?

원래 100만 원도 넘는 건데 새로 개업한 친절한 아주머니가 70만에 주실 거다.

그게 뭔데?? 오디오다.

근데 참고하시라. 그건 우리 집 독수리 전축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멋있고 소리도 10배로 좋아서 그걸로 듣으면 저 전축에서는 안 들리는 소리도 들릴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나온다. 

엄마는 의외로 물으신다.

무슨 색깔이여? 검정색!!!

그려. 검정색이 멋있지. 아빠한테 얘기해 볼게. 근디 너무 기대는 하지 마 이~

드디어  기도할 제목이 생겼다.

그전에는 교회에서 다 같이 기도하자고 하면 횡설수설하고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이젠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금식 기도라는 걸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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