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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새롭게 보살펴야 할
타인의 발견?

착한 여자컴플렉스 


남자들은 심리적으로 엄마를 닮은 여자를 선택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남편은 나의 첫모습으로 SNS 프로필 중, 한복을 입고 웃고 있는 사진을 봤고 그 모습이 단아하고 조신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모께서는 다도를 하셔서 한복을 자주 입는 분이었다. 남편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 사진은 전날 친한 동료와 밤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고 다음날 회사에서 한복을 입는 추석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숙취로 헤벌레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결과적으로 단아, 여성스러움, 조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남편에게는 정정하지 않았다. 첫 이미지가 달라지면 남편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 모습은 감추고 조신하고 단아한 모습을 지키려고 애썼다.     


 남편은 2시간을 기다리게 한 첫 만남부터 세 번째 만남까지 꼬박꼬박 1시간에서 2시간씩 늦었다. 물론 그는 매우 미안해했고 나는 그때마다 괜찮다고 했다. 이런 에피소드를 지인에게 얘기하면 매번 참아주는 내가 대단하다며 칭찬해줬다. ‘이 정도면 날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는데 나는 이해심 많은 착한 여자니까 참을 수 있었다. 2013년 11월에 소개팅을 한 우리는 1년째 되는 2014년 11월에 결혼했다. 신혼시절에 나는 먼저 일어나 국만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상을 봐놓고 색동저고리 같은 상가리개로 밥상을 고이 덮어놓은 후 출근했다. 아이가 생긴 다음에도 비슷했다. 더 일찍 일어나 남편이 아침에 먹을 것을 챙겨놓고 나왔다. 남을 챙기는 것이 습관처럼 자리 잡은 나에게는 의례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남편은 남들에게 “정은이는 임신했을 때도 심술을 부리지 않았어”, “정은이는 시어머니 만나는 것을 좋아해”, “정은이는 육아하고 회사 다니면서도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 않아”, “정은이는 내 말을 잘 따라줘”, “정은이는 바가지를 긁지 않아” 라고 자랑을 했고, 난 그걸 지켜내기 위해 남편의 말 속에 갇혀 있었다.      


 지금도 남편 취향의 정갈한 반찬, 샤워할 때 준비하는 속옷과 그가 좋아하는 40수의 도톰하고 뽀송한 수건, 아침마다 대령하는 과일과 영양제, 바지를 입을 때 옆에 서서 들고 있는 허리띠와 양말, 회사에서 먹을 간식 꺼리를 챙기는 나는, 종종 그의 엄마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모든 것이 습관적으로 자리 잡은 남을 챙기는 행동인지, 착하고 조신한 여자를 지키고 싶은 마음인지 모르겠다. 결국 회사가 아닌 집에서도 내게는 남이 늘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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