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의 땅

단단함의 전제조건

by 국모국경

눈이 펑펑 부자처럼 내렸다.

그래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단골카페에 갔다.

(단골카페가 기존 영업을 하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말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 이렇게 2잔을 주문했다.

사장님은 부자처럼 커피 2잔보다 더 비싼 쿠키를 개업이사 서비스로 주었다.

눈도 카페사장님도 오늘은 부자처럼 굴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분과 마주 앉아 나는 카푸치노를 마셨다.

오늘따라 카푸치노의 거품도 유달리 불룩하니 배부른 부자처럼 굴었다.


아메리카를 마시는 분과 이런저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다 내 꿈을 위해 2평의 땅이 필요하다 말했다. 시답지 않은 농담 속에 이 말만큼은 참으로 진실이었다.

그러자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그는 대뜸,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2평의 땅을 빌려 주겠다며 구두상 무료 임대차 계약을 남발하며 부자처럼 굴었다.

아니 부자였다. 나에 비하면 한참 부자였다.


갑자기 든든해졌다.

먹고살기 위해 조바심을 태우던 일이 있었다.

그 조바심의 자리에

부자처럼 펑펑 내려준 함박눈과

부자처럼 군 카페사장님의 쿠키 인심과

부자처럼 내겐 충분한 2평의 땅이 들어와

여유가 생기고 든든해졌다.


든든해져서일까?

순간 거짓말처럼 조바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단단해졌다.


그제야 알았다.

'속 든든하게~ 뜨신 밥 먹고 다녀라'는

엄마의 뜨신 밥 타령을!


누군가 퍼 준 따뜻함이

누군가를 든든하게 만들고

그 든든함으로 삶이 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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