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자살' 요즘 중심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지점이다.
아침 출근을 하면 전날의 112 신고 사건 처리표를 본다.
언론 기사를 통해 한국의 자살률, 우울증 발생률이 높다는 걸 보았을 땐 '그런가 보다' 하는 통계적 인식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 지역민이 신고해 온 112 신고로 보면... 모르겠다.
나 자신의 과거, 그 무엇과 오버랩되는 것인지 아니면 자책인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물어봤다.
자살신고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현장을 뛰고 현장을 고민했을 선배에게 물어봤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지키는 일 앞에는 '범죄로부터'가 붙어야 경찰의 일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경찰이 해야 할 그 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지랖의 영역(?)까지 가서는 열심히 일한 것 때문에 도리어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있으니 할 일만 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답을 받았다.
답을 받고도 갈팡질팡은 해결되지 않는다. 같은 생명인데... 왜?
'범죄'로부터 생명을 잃는 사건은 곧장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슈는 대대적인 '선포'와 함께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소탕'작전이 펼쳐진다.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범죄로부터'라는 조건을 빼고 단순히 생명을 잃는 숫자로만 본다면 그 어떤 범죄보다도 자살로 생명을 잃는 일이 더 많다.
자살이 한 개인의 문제이고 감당해야 할 몫일까?
최근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을 통해 자살 동반자를 모집한 사건의 관련자를 자살방조와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자살예방법은 자살동반자 모집 등 '자살유발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생명을 경시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도 범죄가 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자살을 모방하여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에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막을 수 있는 '파파게노 효과'도 있다.
'파파게노 효과'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파파게노'라는 인물에서 유래되었다. 작중 파파게노는 연인인 파파게나가 사라지자 자살하려고 한다. 그러나 요정들이 나타나 파파게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파파게노는 자살을 하지 않고 파파게나와 재회하여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아간다. 파파게노 효과에서는 언론이 요정의 역할을 한다.
요정이 언론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요정이길 희망한다.
'인생은 한 번 살아볼 만하다'는 메시지가...
우리 모두에게서 우리 모두에게로 전파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