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선혁아. 요즘의 너는 어떠니? 학생이라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과 놀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겠구나.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숙제 때문에 맘 편히 놀지도 못하겠지? 혹시, 어른이 되어 일을 하고 있다면 매일 아침 연차를 쓰고 싶은 마음에 괴로워하지는 않니?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의 고민이 너를 너를 너무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아마 쉽게 해결되진 않을 거야. 이미 한참 전에 어른이 된 아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든. 너에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 말이야.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버릴까?'
'다이어트는 때려치우고 치킨에 맥주나 한잔 할까?'
'자기 계발 같은 건 재미없으니 게임이나 한판 할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너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내가 원하는 게 공부를 하는 것인지 쉬어야 하는 것인지 나 조차도 모르겠는 그런 고민 말이야. 내 마음인데 나도 잘 모르겠는 괴로움. 왜 나는 내 마음조차 마음대로 안되나 한숨 쉬게 되는 그런 경험이 있지 않니?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고민과 괴로움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마음이란다. 그러니 이런 고민이 찾아올 때는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조용히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해. 사실 너의 마음은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거든. 조용히 너의 마음이 건네는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어. 여기서 말하는 올바른 선택이란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을 말한단다.
숙제를 예로 들어볼까? 오늘 네가 하려고 했던 숙제가 있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 오늘 이 숙제가 너무 하기 싫은 거야. 놀고 싶고, 쉬고 싶고, 자고 싶은 거야. 이 숙제를 하기만 하면 이 불편한 마음이 사라질 것도 같은데, 하기가 너무 싫은 거지. 반대로 게임은 너무 하고 싶어. 그런데 이상하지? 게임이 하고 싶은데 막상 게임을 하려고 하니까 또 마음이 불편해. 왠지 게임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마음이 건네는 소리에 집중해야 해.
'오늘 숙제는 미루고 그냥 놀고 싶은데 괜찮을까?'
오늘 당장 숙제를 마치고 남은 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이 정답 같아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 숙제가 당장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일로 미뤄도 괜찮을 거야. 하지만 내일도 다른 일정으로 바쁘다면 미리 숙제를 해놓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하루 종일 너무나 바빴던 네가 도저히 숙제를 할 기분이 아니라면 무리를 해서 내일로 미룰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오늘 숙제를 할까 말까?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이렇게 많은 하지만이 붙어. 결국 나올 수 있는 대답은 하느냐 마느냐 둘 중 하나인데도 말이야. 하지만! 이 무의미해 보이는 고민은 결코 쓸모없는 것이 아니란다.
고민 끝에 숙제를 미루기로 했다면, 내일 힘들더라도 오늘 너무나 고단했고 피곤하니 스스로에게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거야. 내일 스케줄을 보니 10시 전에는 숙제를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겠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오늘 10시까지만 재밌게 놀고 자야지'라는 마음으로 게임을 켠다면, 남은 시간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놀 수 있을 거야. 게임을 켤 때 널 괴롭히던 불편한 마음이 없는 채로 말이야. 온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거지.
반대로, 내일 도저히 시간이 안될 것 같다는 판단에 숙제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오늘 놀고 싶지만, 내일은 아무리 궁리해도 숙제할 시간이 없어. 최대한 빨리 끝내놓고 남는 시간을 보자.'라고 생각을 정리했을 거야. 신기하게도,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너무나 하기 싫었던 숙제를 시작할 수 있게 돼. 심지어 집중해서 열심히 할 수도 있어.
즐겁게 놀거나, 집중해서 숙제를 하기 위해 차분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오늘과 내일의 시간을 분배하고, 지금 나의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은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돼. 마음이 하는 말을 잘 듣고 따라가면,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내일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어. 매일. 아니 매 순간 흘러나오지만, 우리가 놓치고 지나갈 때가 많은 것이 바로 마음의 소리란다.
이런 마음의 소리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야.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는데,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군대 생활을 그 나름대로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지금 해야 할 것들을 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책이란다. 그래서 너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책 1번으로 선정했어.
「연금술사」는 스페인에서 양치기로 살아가던 산티아고가 우연히 꾼 꿈을 계기로 진정한 자아실현(책에서는 '자아의 신화')을 찾아가는 이야기야. 여행 중간중간 마음이 건네오는 소리(책에서는 이것을 '표지'라고 불러)를 따라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단다. 우리는 살다 보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즐기면서 살아라."라는 진부한 조언을 수도 없이 듣게 되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려줄 수 없거든. 그 방법을 한 권의 이야기로 가장 잘 설명해 준 책이「연금술사」란다.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자신의 마음과 대화하며 깨달음을 얻어 가는 과정에 있는 글을 소개해줄게.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파울루 코엘류 - 「연금술사」中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마음은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들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혹은 그 소리를 듣고도 따라가지 않는 것을 후회하기 때문에. 마음은 점점 더 목소리를 줄여간다고. 그저 운명이 가리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고 산티아고는 말해. 어때? 조금 슬프지 않아?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마다 마음은 올바른 길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걸 외면했다고 생각하면 말이야. 그러다 어느 날 완전히 지쳐버린 마음이 더 이상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말이야. 마음에게도, 나에게도 그건 너무나 불행한 일일 거야. 하지만, 산티아고처럼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인다면, 선혁이도 아빠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자아의 신화'라고 표현하니까 너무 거창하게 느껴질까? 마치 우리가 역사 속에 큰 업적을 남겨야만 할 것 같잖아. 하지만, 자아의 신화와 행복은 꼭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야. 아주 많은 돈, 아주 많은 인기, 아주 많은 권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사실 우리 마음이 하는 소리를 잘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 파울루 코엘류는 작가의 말에서 이런 이야기를 소개해 주었어.
성모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수도원을 찾으셨다. 사제들이 길게 줄을 서서 성모께 경배를 드렸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시를 낭송했고, 어떤 이는 성서를 그림으로 옮겨 보여드렸다. 성인들의 이름을 외우는 사제도 있었다.
줄 맨 끝에 있던 사제는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곡마단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기술을 배운 게 고작이었다. 다른 사제들은 수도원의 인상을 흐려놓을까 봐 그가 경배드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아기 예수와 성모께 자신의 마음을 바치고 싶어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렌지 몇 개를 꺼내더니 공중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그가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재주였다.
아기 예수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성모께서는 그 사제에게만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파울루 코엘류 - 「연금술사」 작가의 말 中
아빠는 이 글을 읽고 삶에서 이루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어떤 것인지 느껴지기 시작했어. 비록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마치 신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이 세상이.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쳐준다면 그게 어떤 것일까.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오렌지는 어떤 것이었나, 나는 오렌지로 어떤 재주를 부릴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단다.
선혁아. 너의 주머니에도 오렌지 혹은 포도 알갱이 같은 빛나는 것들이 가득하단다. 오늘 너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네가 해야 하는 것. 네가 하고 싶은 것. 너의 마음이 오늘 네가 선택해야 할 것들을. 내일 네가 가야 할 길들을 알려줄 거야. 그리고 그 길 중간중간 만나는 것들이 모두 너의 행복이기를 바라. 너의 마음은 네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렴.
혹시 오늘 아빠가 숙제를 해야 한다고 잔소리하면, 오늘 너의 마음이 숙제보다는 다른 것을 선택했다고 말해봐. 연금술사가 알려준 방법이라고 말이야.
오늘도 사랑한다.
2026.01.06.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