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선혁아. 아빠는 지는 주부터 러닝을 시작했어. 오랜만에 뛰려고 하니까 숨도 많이 차고 다리도 욱신거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달려보려 해. 원래 오래 달리는 것은 영 소질이 없어서 싫어했는데, 얼마 전부터 러닝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시합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러닝 자체를 즐겨서일까? 전에는 5분도 하기 힘들었던 달리기를 이제는 30분씩 뛸 수 있단다. 학생 시절 체력장이라는 명목으로 오래 달리기를 할 때, 친구들에게 뒤처지면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나. 그렇다고 연습까지 하긴 싫은데, 지는 것도 싫으니까 아예 오래 달리기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것 같아.
이번에는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고 뛰고 있어. 공원 트랙을 뱅글뱅글 돌다 보면 아빠보다 빠른 사람들이 추월해서 지나가곤 해. 예전 같으면 뒤처지는 게 싫어서 따라가려 애쓰다가 제 풀에 지쳐 멈춰 섰을 거야. '달리기는 참 재미없는 운동이야.'라며 그만뒀겠지.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앞서가는 사람을 보며 '저 사람 참 잘 달리네'라고 생각할 뿐이야. 굳이 따라가려 하지 않고 아빠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 쓴단다. 오늘 아빠가 목표로 한 5km를 달리는 것에 집중하지. 5km를 채우는 데 30분에서 40분 정도가 걸리는데, 그 사이에 한 번도 걷거나 쉬지 않고 천천히 뛰는 것이 아빠의 목표야.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 느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오늘 아빠가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샤워 후에 마시는 시원한 음료 한 잔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고 있거든.
꼭 누군가를 이기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달리기를 통해 배우고 있단다. 경쟁의 상대가 다른 누군가에서 나 스스로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는 중이야.
아빠가 달리기를 통해 깨닫게 된 교훈을 잘 설명해 준 책이 있어.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지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야. 이 책은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심리학자의 이론을 토대로 쓴 책이야. 미움받을 용기라니. 제목부터 좀 특이하지? 자기 계발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해주는 책들이 있어. 읽고 나면 뇌가 시원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랄까? 시야를 넓게 만들어주는 책. 아빠에게는 「미움받을 용기」가 그런 책 중에 하나야.
책은 세상에 불만을 가득 가진 한 청년이 철학자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쓰여 있어. 거의 모든 텍스트가 대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자기 계발서임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이야. '인간은 변할 수 있다, 세계는 단순하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철학자의 주장을 젊은 청년이 질문과 반박을 통해 검증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워.
아들러의 이론은 꽤나 파격적이어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도 많아. 이를테면, '지금의 나는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는 목적론적 사고가 그래. 이 말은 지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지 간에,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의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야. 예를 들면, 어릴 적 학대받은 사람이 자신감을 잃고 비관적인 삶을 사는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에 벌어진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말해. 오히려 스스로가 비관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핑계로 과거에 학대받은 경험을 끌어온다고 말하지. 반대로 '나는 과거에 학대받았지만, 그걸 이겨내고 당당하게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어.'라고 생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고 말해.
어때? 단순하고 올바른 말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지? 그런 식이라면 과거의 트라우마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라는 존재가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현실에서 가능할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책 속에 있는 청년이 대신 질문하고 철학자는 거기에 맞는 답을 내어준단다.
이런 여러 대화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경쟁이야. 경쟁은 승리와 패배를 낳고, 패배는 열등감으로 이어지지. 사회의 갖은 경쟁에 지쳐 열등감으로 물든 청년에게 철학자가 해준 말을 소개해 줄게.
"열등감 자체는 그다지 나쁜 게 아닐세. 아들러도 말했듯이 열등감은 노력과 성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가령 학력에 열등감을 느껴 '나는 학력이 낮다. 그러니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하자'라고 결심한다면 도리어 바람직하지 않나. 하지만 열등 콤플렉스는 자신의 열등감을 변명거리로 삼기 시작한 상태를 가리킨다네. 구체적으로 '나는 학력이 낮아서 성공할 수 없다'라고 하거나 '나는 못생겨서 결혼을 할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지. ---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라네. --- 우리가 걷는 것은 누구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네."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미움받을 용기」 中
아빠는 이 대목이 정말 좋아. 건전함과 열등감이라는 단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단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열등감은 숨기고 싶어 하잖아. 하지만 나 스스로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하고, 그 모습에 다가가고자 노력한다면 열등감도 건전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달았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은 남보다 앞서 나가는 삶이 아니라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간다는 표현도 정말 좋아. 어렴풋이 명언집이나 만화책 같은 곳에서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나아져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라는 식의 텍스트를 읽었던 기억이 나기도 해.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책을 읽으며 대화를 따라가다 보니 지금의 나와 경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와닿았단다.
오늘 아빠의 달리기가 그랬어. 비록 5km지만, 중간중간 걷고 싶은 나와 경쟁하며 완주했을 때 느껴지는 충만감. 온전한 행복. 그리고 내일 또다시 달리겠다는 긍정적인 마음. 달리기 뿐 아니라 아빠의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단다.
선혁아. 너 역시도 스스로와 경쟁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처음부터 잘 되진 않겠지만, 힘들다면 스스로와 경쟁하는 동반자로 아빠가 곁에 있어줄게. 네가 하고 싶은 목표. 이상적인 너의 모습을 그려보렴. 너의 삶에도 온전한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오늘도 사랑한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