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씨앗

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by 흙감자

선혁아.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있어. 네가 이 글을 읽을 때에는 고전 명작(지금도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의 반열에 올라있을 것 같구나.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등 그야말로 고전 명작(?)을 쏟아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야. 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아빠도 너무 재밌어서 몇 번이나 다시 본 영화이니 분명 네게도 아주 재밌을거야.


Inception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뜻은 '시작'이야. 영화에서는 이 단어가 '생각의 시작'이라는 뜻으로 쓰였어. 누군가의 무의식 속에 특정한 생각을 심어서 그의 실제 행동까지 의도대로 움직이는 생각의 시작점을 인셉션이라 명명해. 영화에서는 무의식 속에 생각을 심는 수단으로 "꿈"을 활용해. 누군가의 꿈을 설계해서 그 속에 강력한 메시지를 숨겨. 꿈에서 깨고 난 뒤에도 행동에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한 메시지. 왜 그런 경험 있잖아? 전혀 관심 없던 연예인이어도 꿈에 나타나고 나면 갑자기 호감이 느껴진다거나, 너무 무서운 꿈을 꾼 나머지 캄캄한 방이 오싹하게 느껴지는 거. 꿈이라는 게 허황된 것 같지만 무의식 속 세계가 사실 우리의 생각에 많은 영상을 미치고 있다고 느껴진 적 있지 않니? 놀란 감독의 영화가 감탄스러운 건 그럴듯한 상상들을 실감 나게 풀어낸다는거야. 아빠가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의 리스트에는 날마다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기계도 포함되어 있단다.


실제로 꿈을 마음대로 설계하는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한 때 자각몽을 조종하는 것을 연습해 보았지만 쉽게 되지 않더구나), 내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줄 만큼 무의식 속에 메시지를 심는 방법이 있어. 바로 독서란다.(짜잔.. 뻔하거나 식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참고 이야기를 들어줘.) 글로 된 책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상상하고, 생각하고, 저장하는 일들이 벌어져. 이렇게 저장된 생각들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가 일상 속에서 생각을 꺼내고, 말하고, 행동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는 거야. 꾸준히 좋은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 나도 모르게 내가 바라던 사람의 모습으로 행동하게 되는 거지. 무의식 속에 생각의 씨앗을 심는 방법. 아빠는 그게 바로 독서라고 생각해.


최근에 읽은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어. 책을 쓴 고명환 작가는 개그맨 출신의 사업가야. 큰 교통사고 이후 책을 읽으며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지금은 사업도 하고 책도 쓰고 강연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가 가져온 새로운 삶을 공유하고 있단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책을 많이 읽어서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나면 섞여있던 생각의 반죽이, 어느 날 나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빚어져 나온다고 해.(아빠는 이 부분에서 인셉션을 떠올렸어.)


니체가 저술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용한 낙타, 사자, 어린아이 단계에 대한 비유도 재밌어. 고명환 작가는 독서의 단계를 낙타-사자-어린아이 3단계로 구분 지어 이야기해. 남들이 시키는 대로 짐을 싣고 사막을 걷는 낙타처럼 의무적으로 책을 읽는 낙타 단계. 자유롭지만 사납게 책을 탐닉하는 사자단계. 한 권을 읽더라도 즐기며 나아가는 어린아이 단계. 작가는 독서를 통해 어린아이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살 수 있을 거라 말해. 심지어 경제적인 어려움들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이야.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내심 '정말 그게 말이 될까?'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어. 책을 읽는 며칠 동안 아빠의 무의식 속에 '책을 많이 읽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강하게 심어진 것 같아. 그러고 나니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 져서 오늘은 서점에도 다녀왔단다. 독서라는 행위가 아빠의 무의식 속에 씨앗을 심은 것 같아. 언젠가 내가 필요할 때 적절한 꽃과 열매를 맺어줄 씨앗. 많이 심을수록 풍성한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하며 오늘 글을 마칠게.

산은 계속 자랄 수 없지만 인간은 계속 자란다.
그래서 아무리 높은 산도 인간에게 정복당하는 것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자란다.
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中

오늘 너를 재우며 아빠가 심은 씨앗은 '사랑한다.'였단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렴. 선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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