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mal ist keinmal.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흙감자

선혁아. 책을 읽을 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니? 아빠는 언제나 처음 맞이해야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 확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찾는 것이라 생각해. '이게 뭐지?' 혹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고민해야 하는 순간에, 나에게 확신을 주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다.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이 가벼워지지 않도록. 무의미하지 않도록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야.


이 책은 소설이지만 에세이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화자가 작가임을 대담하게 밝히고 등장인물에 대한 생각과 평가를 독자와 공유하거든. 다른 소설과 달리 작가의 의견과 철학이 거침없이 드러나 있는데 아빠에게는 공감 가는 부분이 정말 많은 책이었어. 주인공들의 행동과 선택보다도, 주인공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생각에 공감하며 읽었단다.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책이 아빠에게 어떤 확신을 주었을까? 아빠는 이 책을 읽으면 엄마와의 연애를 돌아보게 된단다.


아빠와 엄마는 10년 동안 연애하고 결혼했어. 아빠가 26살일 때 엄마와 사귀기 시작해서 35살에야 결혼했단다. 엄마를 처음 본 건 24살 때였어. 군대에서 막 전역한 복학생이었던 아빠는 잘 웃고 활기찬 엄마가 그렇게나 좋았단다. 돌이켜 보면 첫눈에 반한다는 환상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히 엄마에게 반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아빠가 기억하는 그날의 엄마는 은은하고 하얀빛을 두르고 있었단다.


그날은 동아리 MT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동아리원 모두 숙취와 수면부족으로 축축 쳐져서 수원역에 내렸어. 기숙사로 돌아가는 친구,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모두 방에 가서 침대에 누울 생각뿐이었어. 아빠 역시 자취방에 들어가 눕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수원역에서 헤어지며 인사를 하는 와중에 엄마가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어딜 가냐 물어보니 과외를 간다는 거야. 심지어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이야! 이렇게 힘든데 과외를 갈 수 있냐 묻는 아빠에게 엄마는 이 정도로 지쳐서야 되겠냐며 웃었단다.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아. 시끄러운 수원역.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플랫폼에서 웃고 있는 엄마의 웃음소리와 환한 얼굴만 느껴졌어. 그날 아빠가 품은 엄마의 이미지는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고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어. 토요일 오후에 엄마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군대에 있던 친구에게 연락이 온 거야. 휴가를 나왔다며 학교에 곧 도착하니 저녁(술)을 먹자고 했어. 남자들에게 군대 휴가라는 건 거부할 수 없는 불문율이거든혁아. 책을 읽을 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니? 아빠는 언제나 처음 맞이해야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 확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찾는 것이라 생각해. '이게 뭐지?' 혹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고민해야 하는 순간에, 나에게 확신을 주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다.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이 가벼워지지 않도록. 무의미하지 않도록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야.


이 책은 소설이지만 에세이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화자가 작가임을 대담하게 밝히고 등장인물에 대한 생각과 평가를 독자와 공유하거든. 다른 소설과 달리 작가의 의견과 철학이 거침없이 드러나 있는데 아빠에게는 공감 가는 부분이 정말 많은 책이었어. 주인공들의 행동과 선택보다도, 주인공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생각에 공감하며 읽었단다.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책이 아빠에게 어떤 확신을 주었을까? 아빠는 이 책을 읽으면 엄마와의 연애를 돌아보게 된단다.


아빠와 엄마는 10년 동안 연애하고 결혼했어. 아빠가 26살일 때 엄마와 사귀기 시작해서 35살에야 결혼했단다. 엄마를 처음 본 건 24살 때였어. 군대에서 막 전역한 복학생이었던 아빠는 잘 웃고 활기찬 엄마가 그렇게나 좋았단다. 돌이켜 보면 첫눈에 반한다는 환상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히 엄마에게 반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아빠가 기억하는 그날의 엄마는 은은하고 하얀빛을 두르고 있었단다.


그날은 동아리 MT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동아리원 모두 숙취와 수면부족으로 축축 쳐져서 수원역에 내렸어. 기숙사로 돌아가는 친구,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모두 방에 가서 침대에 누울 생각뿐이었어. 아빠 역시 자취방에 들어가 눕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수원역에서 헤어지며 인사를 하는 와중에 엄마가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어딜 가냐 물어보니 과외를 간다는 거야. 심지어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이야! 이렇게 힘든데 과외를 갈 수 있냐 묻는 아빠에게 엄마는 이 정도로 지쳐서야 되겠냐며 웃었단다.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아. 시끄러운 수원역.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플랫폼에서 웃고 있는 엄마의 웃음소리와 환한 얼굴만 느껴졌어. 그날 아빠가 품은 엄마의 이미지는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고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어. 토요일 오후에 엄마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군대에 있던 친구에게 연락이 온 거야. 휴가를 나왔다며 학교에 곧 도착하니 저녁(술)을 먹자고 했어. 남자들에게 군대 휴가라는 건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정해진 불문율이거든.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했어. 그런데 알겠다고 말하는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거야. 아마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같이 있는 시간을 뒤로하고 친구와 약속을 잡는 것에 서운함을 느꼈던 것 같아. 아무리 피곤한 날도 씩씩하던 엄마가 그렁그렁 울기 시작했어.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처음 울던 그때 사랑을 확신할 수 있었단다.

'이 사람이 우는 일은 만들 수가 없구나. 다른 어떤 중요한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이 슬퍼하는 것 앞에서는 모두 다 작은 일이구나.'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다시 약속을 잡으면서, 아빠에게 아빠보다 중요한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아마 아빠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때 사랑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

'우는 여자친구를 보고 마음이 아픈 것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연민, 동정, 어쩌면 미안함이라는 마음을 사랑과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고민했을지도 몰라. 우리는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니까. 같은 시간에 같은 경험을, 같은 감정을 또다시 반복할 수 없으니까. 아빠가 느끼는 그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확신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거야. 하지만 아빠는 그 순간 그 마음이 사랑임을 확신할 수 있었어. 책 속 주인공인 토마시가 아내인 테레자에게 느낀 감정이 아빠가 느낀 그것과 딱 맞아떨어졌거든. 아빠가 읽은 책의 일부를 소개해줄게.


그는 꿈속 여자와 함께 이데아 세계에서 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그들 별장의 열린 창문 아래로 테레자가 지나간다. 그녀는 혼자이고 인도에 우뚝 서서 멀리서 그에게 한없이 슬픈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그는 그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가슴속에서 테레자의 고통을 느꼈다! 그는 다시 한번 동정의 포로가 되어 테레자의 영혼 속으로 함몰한다. 그는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행복을 느끼는 곳에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며 쌀쌀맞게 말하며 그가 항상 불쾌하게 생각했고 짜증스럽게 여겼던 격렬하고 두서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신경질적인 그녀의 손을 잡고 그 손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기 손안에 넣어 꼭 쥐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언제라도 행복의 집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고 언제라도 꿈속 젊은 여자와 함께 사는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떠나 테레자, 그로테스크한 여섯 우연에서 태어난 그 여자와 함께 떠나기 위해 자기 사랑의 “es muss sein!”을 배신할 것을 알았다.
그는 침대에 앉아 잠결에도 자기 손을 잡고 곁에 누워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中


토마시가 테레자에 대한 사랑을 확신한 것.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다 해도 테레자만이 자신의 사랑으로 존재할 것을 확신하는 순간이야. 테레자가 자신의 배신으로 인해 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지. 그 깨달음에 닿기까지 토마시에게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 누구에게나 삶은 한 번뿐이니까. 처음 찾아오는 감정이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거든. 사랑을 확신하기 전 토마시가 고뇌하는 대목을 보여줄게.


그는 한없이 자책하다가 결국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테레자와 함께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일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中


꽤나 비관적이지? 우리는 한 번만 살기 때문에 어떤 일에도 확신을 갖기 힘들어. 그 불확실함이 우리의 삶 내내 따라오며 괴롭힌단다. 하지만 아빠의 사랑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토마시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토마시의 이야기에, 작가의 의견에 공감한 덕분에 엄마에게 느꼈던 그 감정이 연민이 아닌 사랑이라고, 이것이 만약 연민이라면 이런 연민은 사랑 속에서만 피어난다고 확신할 수 있었어. 그리고 확신했기 때문에 온전히 행복할 수 있었어.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책과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나면 우리 삶에 찾아오는 수많은 처음들을 마치 두 번째인 것처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네가 찾아오는 행복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너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게.

오늘도 사랑한다. 선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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