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혁이에게

많이 웃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렴

by 흙감자

"엄마는 네가 멋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멋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엄마는 현명한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

"현명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책을 많이 읽어서 많은 것을 알고. 안다고 잘난척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 열심히 살지만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사람. 잘 웃고. 재미있는 사람. 엄마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어렸을 적 할머니가 아빠에게 해준 이야기야.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낮에 거실로 들어오던 따뜻했던 햇살과 할머니의 목소리는 지금도 느껴지는 것 같아. 어째서인지 그때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가 아빠 마음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아서 삶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거든.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책을 사서 읽고, 하고 싶은 잘난 척의 절반 정도는 참고, 나의 이익이 되더라도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행동은 참으려 노력하고, 많이 웃으며 지내다 보니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단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아빠도 부모님의 말씀을 아주 잘 듣는 착하기만 한 아이는 아니었는데, 그날 할머니가 전해준 그 말씀은 지켜야 할 규율이나 잔소리로 느껴지지 않았어. 그저 아빠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바람이라는 걸. 종교를 믿지 않아도 할머니가 아빠의 매일매일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그리고 이제 아빠 역시 너의 행복을 바란단다. 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 원한다면 너처럼 귀여운 아기도 낳고 또 다른 삶의 의미도 느껴보기를 바라. 처음 가보는 도시와 처음 먹어보는 음식과 처음 듣는 노래 가사를 즐겼으면 해. 그리고 아빠가 찾아내지 못한 세상의 수많은 행복들이 너의 삶에 함께하기를 바란단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행복은 마주 보고 손 내밀지 않으면 옆에 머물러있지 않는단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았지만 지나고 나니 후회되는 시간들도 있고, 불행하다 느꼈던 시간 속에서 놓치고 지나가버린 행복도 있었던 것 같아.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완벽하게 살아가는 건 불가능할 거야. 그래도 40살이 된 아빠가 행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참고했던 이야기들이 너의 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이제 만으로 한 살이 된 네게는 조금 이른 말들이 많으니 글로 모아둘게. 여기 모아둔 글들이 언젠가 네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말했듯, 너 역시 멋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구나.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즐기고, 지금처럼 많이 웃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렴. 사랑한다 선혁아.


2026.01.01.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