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사우나

by 소설가 서기주

<대중사우나>

둥근 돔 아래 연녹색 물이 고여 있었다. 돌두꺼비의 입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낮게 수면을 쳤다.

남자는 공덕동 대중사우나를 자주 찾는다. 여름에 사람들이 등나무 그늘 아래 모이듯, 겨울이면 몸은 목욕탕으로 모인다. 그는 오전에는 동쪽에서, 오후에는 서쪽에서 강의를 한다. 장사꾼이 좌판을 펼치기 전 몸을 풀듯, 강의 전에 이곳에 들러 머리를 깎고 시간을 기다린다.

“바리깡으로 단정하게 깎아주세요.”

“늘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는 머리를 짧게 자른다. 염색도 하지 않는다. 남은 머리털을 짧게 밀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남자는 대중목욕탕을 좋아한다. 한때 이곳은 그의 유일한 휴식이었다. 밤새 당직을 서고, 다음 날 아침 사우나에서 몸을 풀던 시간. 초급간부 시절, 퇴근이 허락되지 않던 날들이 있었다. 그는 소처럼 일했고, 현장의 사건들을 정리해 아침 회의 서류로 만들었다. 그 시절, 목욕탕은 몸을 씻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곳이었다.

그때의 목욕은 공동의 일이었다. 로마처럼, 사람들은 함께 물에 들어갔다. 도봉산을 내려와 들르던 도봉동 목욕탕, 테니스장 건너편의 대형 사우나. 땀을 씻어내고 오렌지 주스를 들이켜던 순간의 단맛. 그곳에서는 계급장이 없었다. 벗겨진 몸들 사이에서 높고 낮음이 사라졌다. 낯선 사람도 금세 말을 섞었다.

이제 목욕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혼자 씻는다. 동네에서 대중목욕탕은 사라졌고, 남아 있는 곳은 위생이 마음에 걸린다.

‘생활이 나아진 걸까.’

공공의 공간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삶이 부유해졌거나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로마의 귀족들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욕조를 갖는다. 귀족도 아닌 처지에 공동의 문화를 버리는 일이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자는 마음에 드는 목욕탕을 찾았다. 공덕동 경우회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면 들르는 곳이다.

사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이런 맛에, 그는 오늘도 동에서 서로, 보따리 장사처럼 하루를 옮겨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