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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Oct 01. 2022

왜 공무원은 그만두기 어려운 직업일까?

★ 인내심을 기르는 법
"3년을 참자."
내 경험으로 무엇인가에 전문적인 실력을 키우고 사람들로부터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3년을 인내할 수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3년을 가슴에 묻어두고 현재를 인내하도록 하자.
-생산적인 삶을 위한 자기 발전 노트50 중에서.. (안상헌 저, 북포스 출판)-


우연히 들른 도서관에서 빌린 '생산적인 삶을 위한 자기 발전 노트5 0을 (안상헌 저, 북포스 출판) 빌려 읽다 보니 무엇인가에 전문적인 실력을 키우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순간 '뜨끔', '따끔' 했던 게 사실이다.

되돌아보니 공무원으로 살아온 13여 년 간의 시간 중 부끄럽게도 나는 3년 연속 근무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회사에서 근무하며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을 때마다 난 육아를 핑계 삼아 집이라는 보금자리로 숨어들고 안도하곤 했다.

그렇게 아이 두 명에 해당하는 육아휴직을 전부 써왔고, 나는 지금도 무늬만 공무원인 채 방황하고 있다.

인내심을 기르는 법이라... 위의 법칙에 따르면 나는 노력이 부족했고 그 결과는 '사직을 고려하는 현재의 내 모습'이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어색함에 쩔쩔매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2시간을 겨우 자고 난 후 하루 종일 일해야 했던 그런 모습이다.

온 동네잔치라도 벌 일 만큼 내가 공무원이 됐다고 너무나 좋아하시던 나의 부모님을 실망시킬 자신이 없어 그저 '휴직'으로나마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던 여태까지의 내 모습이다.

더 이상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인내심을 기르기에는 너무 지쳐버렸다.

이제 나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감옥 같은 사무실에 갇혀 죽은 듯이 보내고 싶진 않다.

아버지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나의 심정을 엿들은 아버지 친구분 들이나 그밖에 주변 인물의 대사를 읊어주신다.

"애들이 엄마가 회사 다니면 싫다고 하지? 그거 다 한때라더라. 너도 너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

"현재 내 친구들 중에 젤 팔자 좋은 놈들이 누군지 아냐? 공무원 정년퇴직한 놈들이다. 걔들은 연금 따박따박 타고 사니 얼마나 좋냐? 요샌 내가 걔들한테 얻어먹고 다닌다. 그 좋은 공무원 그만두면 후회한다."

공무원을 그만둔다고 운을 떼면 가장 많이 듣는 수식어구 중 하나는 '그 좋은'이다.

나도 미치겠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그 좋은'게 왜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걸까?

그만두면 되는데 왜 그리 고민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특히 가족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며, 남들이 보기에 '여자가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가장 좋은 직장'이다.

결혼할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면 이변이 없는  배우자와 '함께' 경제활동을 하며, 노후에는 '공무원 연금'으로 생활을 있다는 무언의 계약 같은 걸 했기 때문이다.

시어른들도 내가 신랑과 연애시절,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을 때 우리 아버지 어머니 못지않게 기뻐하셨다.

시어머님과 통화중에, 어머님은 요즘도 내가 일하는 회사앞을 지나실 때면 일행분들께 이렇게 자랑하신다고 했다.

"우리 며느리가 '저어~기'서 일 해."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어머님의 멘트에,

'어머님, 저도 '기'서 정년까지 일하고 싶었어요.'라고 소심하게 머릿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아직 사직서를 내기 전이지만, 사직하게 되면 "언제 한 번 저랑 차 한 잔 하실래요?"라고 운을 떼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의 심정을 전해야 하겠지?

두 번째 이유로는 공무원은 대체로 '편한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하는 건 '의지박약'으로 보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도 힘들면 뭘 하며 살 수 있겠어, 어디 다른 데 한 번 가서 일해봐. 그런 말이 쏙 들어가지 그냥."

내가 그만두고 싶다는 운을 띄우면 연세 좀 있으시단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듣던 말씀이었다.

이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직을 꿈꾸며 서서히 마음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도중에 어떠한 반전이 생길 수 도 있지만(인생은 예측 불가능 하기에) 여건만 따라 준다면, 굳어져 가고 있는 이 결심의 싹에 매일매일 '영양분'을 주고 싶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뛰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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