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三十, 而已)’을 연휴 동안 정주행 했다. 드라마 후반부에 훈툰 가게에서 여주인공 구자가 친구 만니와 훈툰(馄饨)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훈툰은 우리나라 만둣국이고 중국 여행에서 훈툰을 정말 많이 먹었다. 여행 사진 속에서 훈툰 사진을 뒤적여보고 있자니 중국에 만두 먹으러는 못가도 만두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한국에 김밥천국이 있다면 중국은 만두 천국인 나라다. 만두는 국수와 함께 중국의 양대 간편식이자 패스트푸드다. 중국은 길거리 상점 열에 아홉은 식당인 나라이고 서너 발자국만 떼면 희뿌연 증기 뿜어 나오는 화로에서 만두를 쪄내는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샹하이의 유명 만두집인 남상만두점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모두 만두를 밀가루 만(饅)과 머리 두(頭), 만두라 쓰고 중국은 만터우, 일본은 만쥬, 우리는 만두라고 읽는다. 발음도 비슷하다. 세 나라에서 만두를 가장 즐겨먹는 나라는 중국이며 만두 종주국이라 해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만두의 유래를 찾아보면 믿거나 말거나 시리즈의 하나로 꼭 나오는 이야기가 제갈공명 설화이다. 제갈공명이 강을 건너기 위해 강의 물살을 잠재우기 위해 산사람 대신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을 빚어 강물에 던져 넣었고 그 제물을 ‘만수(饅首)’라고 했는데 후에 만두(饅頭)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밀반죽 피에 다진 고기와 야채 등의 소를 넣은 것을 만두라고 하고 소의 종류에 따라 김치만두, 부추만두 등으로, 조리방법에 따라 찐만두, 군만두, 만둣국 정도로 구별한다. 그렇다면 중국 만두도 우리와 비슷할까? 중국 만두의 세계로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중국에 가면 만두의 종류가 어찌도 많은 지. 게다가 중국 사람들이 만두라고 지칭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만두가 아니라 당황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만두에 해당하는 이름이 한두 개가 아니다. 만터우, 자오쯔(교자), 빠오쯔(포자), 훈툰, 딤섬...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에서는 세 가지로 구별된다.
첫째, 만터우(만두馒头) : 중국 북방에서 주식으로 먹는 소 없는 찐빵. 발효시킨 반죽 사용
둘째, 자오쯔(교자饺子) : 소가 있고 물에 삶는 만두. 대체로 발효 안 한 반죽 사용
셋째, 빠오쯔(포자包子) : 소가 있고 증기로 찌는 만두. 대체로 발효시킨 반죽 사용
만터우(만두, 청두)(왼) & 자오쯔(교자, 베이징)(오)
중국 북방(장강(양쯔강) 이북)에서 만두, 즉 만터우는 소를 넣지 않은 것을 말하고, 소를 넣은 것은 다시 자오쯔와 빠오쯔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중화요리 식당에서 고추잡채에 곁들여 나오는 화권 즉 꽃빵이 만터우에 가깝다. 그 자체로만 먹지 않고 짭조름한 야채 볶음 등 다른 반찬과 함께 먹는다. 북방에서 만두는 밥의 대체 음식이다. 한편, 만터우를 주식으로 먹지 않는 남방에서는 자오쯔와 빠오쯔를 만두로 통칭해 부르기도 한다.
자오쯔는 대체로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을 사용해 만두피를 빚고 납작하게 반달 모양으로 만든다. 끓는 물에 넣어 익힌다. 빠오즈는 발효 반죽을 많이 사용하고 둥근 모양으로 빚어 증기로 찐다.
쌀이 귀한 북방은 소 없는 만터우를 주식으로 반찬과 함께 먹는 반면 쌀농사 지역인 남방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샤오롱빠오처럼 작고 섬세한 만두를 차와 함께 가벼운 간식으로 즐긴다. 서양에서는 만두를 딤섬(dimsum)이라고 한다. 마음의 점을 찍듯 가볍게 먹는 간식 디엔신(点心)이란 단어가 ‘딤섬’이란 발음으로 서양으로 건너간 것은 '点心(diǎnxin 디엔신)’의 광저우(广州) 발음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만두소는 자오쯔든 빠오쯔든 크게 다르지 않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달걀, 새우, 전복, 해삼, 생선살과 죽순, 표고버섯, 배추, 부추 등의 각종 야채가 들어간다.
만두소의 다채로움만큼이나 만두 자체의 변주도 다양하다. 훈툰은 얇은 피에 소를 아주 적게 넣어 만두피의 맛으로 먹는 만둣국으로서 우리나라 수제비에 가까운 맛이다. 새우 등 해산물을 넣고 작은 완자 모양으로 빚어 뜨거운 국물 요리로 먹는 푸젠성 원조의 완탕도 만둣국에 속한다. 빠오쯔를 기름에 지지면 군만두에 해당하는 생전포(성젠빠오生煎包)이고, 네모난 만두피로 소를 돌돌 말아 튀기면 뿌리칠 수 없는 기름 맛의 춘권이 된다.
훈툰용 만두. 소를 아주 조금 넣고 피를 많이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청두)
길거리 음식점에서 훈툰 한 그릇(하얼빈)(왼) & 완탕면(샹하이)(오)
만두 맛은 우리나라든 중국이든 가게마다 천차만별이다. 만두 맛을 결정하는 소의 종류, 만두피의 반죽 상태와 만두피의 두께가 가게마다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손만두집이 하나둘 사라지고 기계 만두집으로 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수제만두 천국이다. 단 한 번도 똑같지 않은 '즉석 손만두'를 매 끼니 즐길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우리나라 대비 반값도 안 하니 만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중국 만두 여행' 한 번 가보면 어떨까?
오픈만두(이름이 뭔지 몰라서 내맘대로 붙임, 청두)(왼) & 춘권(샹하이)(오)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는 중국 만두 여행 대신 내가 택한 만두 여행 팁을 소개하자면? 부산의 만두집에 가서 삼선 만두와 완탕을 먹었다. 푸젠성 출신 화교가 운영하는 가게라 테이블에 나오는 만두의 비주얼도 예사롭지 않았다. 양도 푸짐하고 맛 또한 만족스러워 중국 현지 만두가 부럽지 않았다. 삼선 만두의 소가 입 안에서 터지는 순간, 드라마 '겨우 서른'의 구자와 만니가 더 이상 부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