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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Mar 18. 2022

부산을 가장 빠르게 익히는 법, 산복마을에 가보라

부산 속성 여행법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평지가 귀한 도시다. 부산에 와서 보니 우리나라 제2의 도시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너른 평지는 눈 씻고 봐도 없다. 평지 보유 면에선 인근의 김해와 양산보다도 못하다.


조금이라도 평평한 곳에 오밀조밀하게 건물과 아파트가 있는가 싶으면 어느새 도심 한가운데 산이 나타난다. 집이든, 업무용 건물이든, 학교든, 관공서든 가릴 것 없이 산비탈에 층층이 올라앉았다. 이렇게 모여 살아 형성된 산동네가 산복마을이고 이들 집 주변으로 길을 낸 것이 산허리를 감아도는 산복도로다.


부산에서 한달살기 시작한 이래 산복마을 맨 먼저 갔다. '*배우 이정재가 사랑하는 경이로운 도시 부산'의 경이로움을 나는 산복마을에서 보았다. 평지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산복도로에 서서 내려다보는 부산 전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고 절묘하게 산자락에 매달린 형형색색 집들의 집합 풍경과 그 너머 보이는 항구와 바다는 다채롭고도 스펙터클했다.(*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이정재의 멘트 방송을 부산 시내버스 탈 때마다 듣는다.)

 

초량동 유치환의 우체통에서 본 전경


증산공원 근처 동구도서관에서 본 산복마을


언제부터 산자락에 사람들이 살게 되었을까? 일제 강점기를 겨우 살아낸 민중들은 해방과 동시에 한시름 놓을 새도 없이 한국전쟁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당장 전쟁의 화약 연기를 피해 이곳 부산까지 내려온 피난민들은 입에 풀칠할 일자리를 찾아 항구 근처로 모여들지 않았을까? 피난통에 집 지을 땅은 태부족이었을 테고 산비탈에 터 잡고 비 그늘 만들어 살기 시작한 게 산복마을의 시초였을 것이다. 이런 현대사의 굴곡진 사람살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곳이 부산의 산복마을이요 산복도로이다.


영주동 산복마을(왼)의 영주아파트와 1968년 영주아파트(오)(오른쪽 사진 출처 : 박기종기념관)


부산을 여행하는 자, 산복마을에 꼭 가보라. 부산에 '한달 여행'으로 내려오기 전 내게 부산은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국제 시장과 자갈치 시장'이 다였다. 어쩌다 한번 다녀간 부산에서 받은 인상은 '바다와 산이 뒤섞여 있어 복잡하고 정신이 없더라'였다.


해안선과 수평 수직 방향으로 가장 먼 산복도로의 한 지점에 올라서서 부산을 내려다보니 부산이 단번에 감성적으로 동시에 이성적으로 이해되었다. 산복마을은 부산이란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담고 있는 부산의 얼굴이고 부산의 정체성 자체이다.


부산의 산복마을은 어디 어디에 있나? 주요 전망대와 함께 소개해 본다.


(1) 동구 범일동 - 호천마을과 안창마을, 동산의 기억 전망대, 이중섭 거리, 이중섭 전망대
(2) 동구 초량동 - 초량이바구길과 168계단 모노레일, 친환경스카이웨이전망대, 유치환우체통(전망대역할)
                       (*모노레일 타는 곳 : 168도시락국)
(3) 동구 좌천동 - 경사형 엘리베이터, 증산 전망대, 웹툰이바구길(성북고개)과 동구도서관(전망대 역할)
                        (*엘리베이터 타는 곳 : 안용복기념부산포개항문화관)
(4) 중구 영주동 - 영주동오름길모노레일, 하늘눈전망대, 역사의 디오라마 전망대
                         (*모노레일타는곳 : 부산디지털고교)
(5) 서구 아미동 -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구름이쉬어가는전망대
(6) 서구 초장동과 남부민동 - 남부민동에 경사형 엘리베이터 공사 중, 천마산하늘전망대(초장동),
                                      누리바라기전망대(남부민동), 부산항전망대
(7) 사하구 감천동 - 감천문화마을, 하늘마루전망대                      


부산동구관광지도(지도 출처 : 부산 동구청 홈페이지)


이외에도 더 많이 있지만 내가 가본 곳 중심으로 소개하면 위와 같다. 동구가 개항부터 형성된 유서 깊은 산복마을 보유 지역구답게 이야기를 입혀 관광코스로 잘 다듬어놓았다. 이미 전국구 관광명소가 된 감천마을의 상업화에 아쉬움을 느낀 여행자라면 아직 생활 터전 그대로 남아있는 여타 산복마을을 방문하면 되겠다.

 

천마산 하늘전망대(초장동)


부산 도서관에 갔다가 부산의 자매도시가 중국의 충칭이란 사실을 알았다. 두 도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충칭도 중국에서의 도시 위상이 우리나라의 부산쯤 되니 자매도시로서의 체급은 서로 맞다. 게다가 둘 다 언덕의 도시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충칭은 바다가 없는 내륙 도시요 분지 도시다.


충칭보다 부산과 더 닮은꼴 도시가 내 머릿속을 강타했으니 바로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다. 부산은 인구 330만의 우리나라 제2의 도시요, 리스본은 인구 290만의 포르투갈의 수도다. 둘 다 언덕과 바다를 동시에 품었다. 리스본이 대서양을 앞마당으로 두었다면 부산은 태평양의 도시다. 부산에 부산항대교가 있다면 리스본에는 '4월25일 다리'가 있다. 부산 산복도로에 점점이 박혀있는 전망대만큼이나 리스본도 전망대 부자인 도시다. 게다가 가파른 리스본 언덕을 숨 가쁘게 오르며 사람들을 실어 나는 '트램'은 부산 산복마을 사람들의 발 '모노레일'과 판박이가 아닌가.

 

바다를 품은 대도시 부산(왼)과 리스본(오)
계단길 골목 부산(왼) & 리스본(오)


자매가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지 않은가. 부산시는 리스본과 자매도시 맺기를 제언한다. 코로나 시국에 당장 트램 타고 리스본 언덕은 못 오르더라도 모노레일 타고 부산 산복마을 *까꼬막은 올라가 보자.(*산비탈의 경상도 사투리)


부산 초량동 모노레일(왼) & 리스본의 트램(오)


산복마을 오르기, 부산을 익히는 가장 빠른 여행법이라고 고작 '부산 한달 여행자' 주제에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단, 주의점! 산복도로 전망대에서 산복 마을 집집을 내려다볼 때 지나친 감정이입은 금물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살이를 투영하는 순간, 부산의 매력에서 못 빠져나올지도 모른다. 나처럼.

 


% 참고

부산여행 https://www.visitbusan.net/

부산 동구 이바구길 www.2bagu.co.kr


https://brunch.co.kr/@fa8c37a4da784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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