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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Oct 07. 2022

1박2일 부산여행, 골라드립니다

부산 여행 가이드 후기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달살기 여행지, 부산으로 친구들이 놀러 오기로 했다. 이것은 곧 내가 '호스트 겸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겐 자아실현의 기회이다. 나는 늘 '여행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동시에 남에게 여행 오지랖 떨며 '여행 골라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부산 여행 경력 두 달이면 아마추어 여행가로선 부산 좀 돌아다닌다는 축에 속하지 않을까? 어디를 갈까 물색해본다. 부산이 난생처음이 아닌 친구들이라 해운대와 광안리 바다, 영도대교,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정도는 가봤을 거라 전제하고, 절친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을 골라보았다.


1박2일 여행, 첫날 점심때부터 둘째 날 저녁까지, 하루반 코스다.  

   

1일차 : 모노레일 타고 산복마을 & 근대건축물     
부산역 - 옛 백제병원(브라운핸즈백제병원점, 카페) - 초량이바구길 - 중식(168도시락국) - 168계단모노레일 - 망양로산복도로전시관 - 도보10분(600m) - 초량1941(적산가옥 카페) – 도보25분(1.7km) - 문화공감 수정(옛 정란각, 적산가옥) - 버스 - 석식(선인장식당) - 버스 - 숙소(영도 라발스호텔)


2일차 : 영도에서 보물찾기 & 근대기 부산의 흔적 두가지(송도해변과 소막마을)     
숙소 조식 - 도보7분500m – 모모스커피 – 도보17분(1.2km) - 깡깡이마을 – 절영산책로(보건고입구에서시작)(흰여울문화마을~중리해변) – 버스 - 중식(김해식당) - 송도해수욕장(송도해상케이블카, 암남공원) - 버스 - 우암동 소막마을 - 버스 - 석식(내호냉면) - 부산역


역시 내 친구들다웠다. 부산역에 짐 보관시키고 돌아다닐 예정이었는데, 여행 내내 배낭 메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간단하게 짐을 꾸려온 게 아닌가. 그래서, 유유상종(類相從)이지!


첫날 점심때쯤 부산역에서 만나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배고프다는 친구들을 끌고 옛 백제병원에 가서 건물 내부도 봐야 한다며 음료를 시켜 마시게 했다. 이바구길 초입에서 추억의 도시락으로 지역 할머니들이 해주시는 식사로 점심을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때 쉬는 시간 도시락 까먹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짜 모노레일을 타고 망양로로 올랐다. 망양로에서 내려다보는 산복마을과 부산항은 부산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전망이다. 언제 봐도 경이롭다.


초량동 168계단 앞 168도시락국 식당의 추억의 도시락. 가격이 놀랍다. 단돈 5,000원


가장 높은 고도의 산복도로 망양로의 전망대, 유치환의 느린 우체통에서


적산가옥을 개조한 초량1941은 원래 집을 어떻게 뜯어고쳤나 관찰하면서 보았다. 카페만 가면 늘 그렇듯이 디저트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에 무제한의 수다를 얹었다. 반년만에 만난 고교 동창의 수다 샘(泉)은 마를 새가 없었다. 산복마을 샛길을 굽이굽이 내려와 옛 정란각에 들렀다. 잘 지은 일본식 저택은 품격이 느껴졌고 부산이 겪은 근대의 시간을 존재 자체로 증언하고 있었다.


이튿날 수리조선산업의 현장인 영도 깡깡이 마을을 보고 절영산책로로 갔더니 태풍 때문에 해안길이 폐쇄되어 있었다. 흰여울 마을만 둘러보고 송도해변으로 갔다. 송도해수욕장은 일제강점기 때 개발되어 나이가 100년이 넘은, 우리나라 최고령 해수욕장이다. 주변 건물도 올드하고 모여든 사람들 면면도 올드했다. 다들 '해수욕장 하면 송도'하던 시절의 '추억 한 조각'을 가진 이들이 찾는 퇴락한 유원지 느낌이었지만 난 송도가 좋았다. 파스텔톤 물 색깔과 송도에서 보는 영도와 남항대교 사이로 트인 바다가 송도의 매력이다.


영도의 깡깡이아지매를 모티브로 한 벽화


영도의 흔한 해변 풍경


여행의 절반은 먹방, 생아구수육 한 접시


우암동의 소막마을은 부산여행의 마지막을 밀면으로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덤으로 여행하게 되었다. 원래는 아미동 비석마을과 감천마을을 갈까 하다가 소막마을은 내가 소개하지 않으면 가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우리나라 최초의 밀면집 '내호냉면'을 핑계로 둘러보았다. 식당이 소막마을 속에 있고 자체가 소막을 개조한 집이라 '내호냉면'을 다녀오니 절로 소막마을 여행이 되었다. 일타이피, 밥도 먹고 동네 구경도 하고~


우암동 소막마을의 골목길


만났던 장소 부산역은 다시 헤어지는 장소가 되었다. 여행 말미에 서울 친구는 일 년 탈 시내버스를 이틀간 다 탔다고 했다. 사실 버스와 도보로만 이동했기 때문에 그럴 만도 했다. 버스를 타고 내리기를 열댓 번은 한 것 같다. 가이드 입장에선 일행이 셋이라 기동성 면에서 딱 좋았다.  


일정을 기획한 사람으로서, 친구들에게 부산의 근대 유산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피란수도 시절의 절박했던 주거지 소막마을을 통해 부산이란 도시가 만들어진 과정을 조금이라도 소개하고 싶었다. 산복마을의 고단한 계단을 오르고 산복도로를 걸어봄으로써 부산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과연 여행 기획자의 의도는 성공했을까?


그건 그렇고, 한달살기 부산도 모자라 앵콜 한달살기를 더해 부산에서 두 달을 '살면서 여행'했다. 그냥 부산을 떠나기에 너무 아쉬워 서울 친구, 포항 친구까지 부산에 불러 모아 부산 여행을 시키고 부산 홍보를 했다. 1박2일간 부산 경기(氣)를 살리는데 미력이나마 보탰다. 이만하면 부산 홍보대사는 못 시켜줘도 한달살기 여행자로 모범포상감 아닌가?



※ 식당 및 카페 간단 리뷰

: 168도시락국(추억의도시락)/선인장식당(함박스테이크)/김해식당(아구수육)/내호냉면(밀면)/모모스커피


168모노레일 승강장 입구에 위치. 사회적기업 비슷, 지역 할머니들이 당번제로 근무. 추억의 도시락이 인기 메뉴. 맛도 있고 추억 소환용으로 딱인 메뉴다.


식당 위치가 놀라운 곳. 영도의 사실상 꼭대기, 봉래산 바로 아래에 위치. 답사 때 걸어서 올라가다가 숨차 죽는 줄 알았음.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실내와 세련된 플레이팅으로 은근 웨이팅이 많은 식당이다.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가격도 맛도 분위기도 만족스러웠다.  


아구전문점. 아구수육을 먹자고 내가 주장해 데리고 간 집. 푸짐한 생아구수육과 곁들임 찬까지 다 만족. 고물가 시대에 빈 반찬 알아서 더 갖다 주시는 센스라니... '가장 부산다운 메뉴'를 대접한 것 같아 뿌듯


이북 출신 창업자 이래 4대째 식당을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밀면집.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내호리에서 냉면집을 하다가 피난 와 우암동 소막마을에 살면서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7:3으로 섞어 밀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조의 맛이 궁금하다면, 소막마을 여행을 겸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

 

모모스커피 영도점은 아늑하게 커피를 마시는 카페라기보다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커피쇼룸이다. 고급 커피를 맛볼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하고 커피 서비스도 있어 색다른 곳. 영도의 숱한 카페 숲에서 이동 동선과 독특한 콘셉트 등을 고려해 고른 곳이다.


영도에 최근에 세워진 호텔. 영도 바다와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독특한 해변 전망이 강점인 곳. 침대 3개짜리 트리플룸이 있어 주저없이 골랐다. 욕실과 화장실이 비좁아 좀 불편. 조식은 실망, 조식당 뷰는 만족.(나는 조식당 전망보다 조식 맛이 더 중요한 사람 ㅠㅠ)


※ 아래글 참고 : 옛 백제병원(브라운핸즈 부산점), 초량1941, 옛 정란각(문화공감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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