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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Feb 21. 2023

세 가지 없이 한달살기

서울 한달살기 후기

한달살기 여행의 필수품은 무엇일까? 하드웨어로는 냉난방, 조리용 인덕션, 냉장고, 세탁기, 와이파이가 필수일 것이다.


난 서울에서 이 중 세 가지가 없는 한달살기를 했다. 냉장고, 세탁기, 와이파이없는 한달살기.


6월에 이어 서울은 두 번째 한달살기다. 양평 전원주택으로 이사간 지인의 서울 아파트가 전세가 안빠진다고 한두달 와서 지내라고 해서 덥석 물었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란 말이 절절이 공감되는 주거지옥 서울이 아닌가. 우린 먹이는 필요없는 은퇴부부이고 서울에 한 달을 지낼 둥지가 필요했다.


둥지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 이토록 훌륭한 25평 아파트라니...


애초에 군산에 가기로 한 결정을 뒤엎고 1월 첫주 군산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대체했다. 서울 한달살기에 돌입하니 정작 냉장고가 없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9월 부산에서도 냉장고 없이 지냈는데 한겨울 아파트 베란다는 그 자체로 훌륭한 냉장고였다. 세탁기는 손빨래하면 되었고 빨래방 체험 삼아 딱 한 번 빨래감을 들고 동전 딸거락거리는 빨래방을 이용했다. 와이파이는 폰의 15기가짜리 와이파이를 테더링해서 노트북을 썼다.


"뭐든 맘먹기 달려있군. 나 이러다가 무인도에 가서도 너무 잘 사는 거 아냐?" 남의 집 한달살기 11번째, 산전수전 다 겪어 '어떤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나'를 만들어놓았다.


"어서와, 서울은 두번째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지난 첫 한달살기가 서울 여행 총론편이었다면 이번엔 서울여행 각론편이었다. 첫 서울에서 한양도성과 서울의 동네 산을 다니면서 서울 여행의 개념을 잡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근대유적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를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서울 전망대 여행 4곳 : 세운상가 전망대-종묘 조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경복궁 조망, 000전망대(사전 예약 필수)-덕수궁 조망, 세실마루전망대-시청 주변 조망
2) 남산의 신사 4곳 찾아보기(경성신사, 노기신사, 경성호국신사, 남산신궁), 동양척식회사 관사촌(서촌 백송터)
3) 남산 국치길 탐방 : 이회영기념관, 조선총독부 터~통감관저 터-한양공원 비석-남산 조선신궁 터
4) 추천 사이트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https://yeyak.seoul.go.kr/ 이곳에 들어가면 각종 문화체험, 걷기 길 등을 소개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음.  


서울은 역시 서울이었다. 얼마만큼 큰 지 가늠조차 되지않는 거대한 거인국 속에 개미만한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느 도시보다 사람이 많았고 특히 젊은 사람이 많았다. 오전 10시경 강남의 지하철 나가는 통로에 가득메운 이삼십대 친구들을 보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서울인가 싶었다. 군산이나 목포에서 버스만 타면 노인들만 앉아있던 풍경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기형적인 도시 구성이고 기형적인 발전이다. 안타깝게도 국토 균형발전은 이미 물건너간 지 오랜 듯했다.


붕어빵 지수 - 강남 신사역 부근 1개 1000원, 강북 회기역 부근 5개 1000원


1월의 서울은 한달살기 마지막 여행지가 되었다. 어쩜 우리 사회의 온갖 모습을 다 품고 있는 서울에서 국내 여행을 마감하는 것도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끝났고 사진은 남았다. 이제 내가 내 시각으로 찍어 올린 그 많은 사진들을 어떻게 갈무리할까가 숙제로 남았다.



※ 2023년 1월 서울 한달살기 경비(2인 기준)

숙박비 100만

식비 115만

교통 36만

쇼핑 13만

군산 여행 숙박비 28만(4박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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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29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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