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간의 국내 한달살기 여행을 마치며
이제 대구의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한달살기 전국일주를 떠난 지 11개월 만이다.
작년 3월에 길을 나섰다. 이름하여 '한달살기 전국일주'. 1년간 한 달에 한 도시씩 옮겨 다니며 '살며 여행하기'가 나의 프로젝트였다. 1년에서 한 달을 못 채운 채 집으로 귀환했다. 그래, 2월은 '내 집에서 한달살기'하면 되겠다. 그럼 2월의 한달살기 도시는 대구가 된다.
먼 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씨도 여러 나라의 책을 낸 후 우리나라 편을 썼고 한비야씨도 세계여행 끝에 우리나라 여행을 하지 않았던가. 다른 도시를 살다가 내 도시에 다시 와서 지내면 그때 느끼는 내 도시는 좀 다르지 않을까? 게다가 3월엔 새 여행지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대구에 머물 날도 딱 한 달밖에 없다.
역시 계획은 계획이라 애초와 많이 달라졌다. 한달살기 공모에 선정되어 예정에 없던 거제에서 한 달을 지냈고 부산과 서울에서 지인이 아파트를 제공해 준다고 해서 두 번씩 가게 되었다. 그래서 '12개월 12도시 여행'은 '12개월간 총 10개 도시 여행'으로 바뀌었다. 2월의 대구를 슬그머니 집어넣은 건 실적용 꼼수이다.
우리는 퇴직과 동시에 국내여행을 11개월했다. 한달살기라는 포맷으로. 제주 한달살기나 일년살기는 이제 대세가 되었고 강릉과 속초 등도 한달살기 도시로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한달살기 자체 보다 전국의 여러 도시들을 다녀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여행 수단'으로 '한달살기' 방법을 택했다.
한달살기를 실제로 해보니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었다.
(1) 숙박비 절감 -> 총 경비 절감
(2) 현지 문화 밀착 체험
(3) 안정감을 주고 피로감이 적다.
애초에 계획한 1년에서 한 달이 빠진 11개월로 여행을 종료했다. 이는 곧 짐 싸고 풀기 즉 이사를 11번을 했다는 뜻이다. 내가 갖고 있는 한정된 시간 연료로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 우리나라를 여행했다. 여행 후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첫째, 어디든 사람이 살고 있었다. 대도시와 소도시에서 어촌과 시골 오지마을에 살아보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체험하고 관찰했다. 더불어 나 또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보다 정주본능이 강한 남편조차 '현재 내가 사는 곳에 미련이 없다'라고 했다. 언제 어디든 상황에 따라 마음 내키는 대로 1년씩 2년씩 옮겨 살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었다.
둘째, 국내도 넓고 갈 곳이 많더라. 아름다운 자연과 의미 있는 건축물이 지천이었다. 외국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내 나라 내 땅 곳곳을 걸어보라. 나라 사랑이 절로 생겨날 것이다.
셋째, 깨끗하고 치안 좋고 편리한 우리나라 만세!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얼마나 쾌적한지 놀랐다. 가는 곳마다 깨끗한 무료 화장실에, 저렴한 입장료, 정확한 대중교통, 시설 좋은 도서관... 곳곳에서 만나는 '증대된 공공성'은 여행자를 행복하게 했다.
여행은 끝이 있을까? 나는 앞으로도 지칠 때까지 질릴 때까지 여행하려고 한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거나 호기심이 사라지면 나의 여행은 저절로 끝이 날 것이다.
우리 부부의 국내여행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이다. 그러나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 배낭을 끌르다가 말았다. 생각해 보니 짐을 풀 필요가 없었다. 여권만 더 넣으면 된다. 또다시 이불 밖으로 뛰쳐나간다. 신발끈을 동여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