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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Aug 13. 2021

운남의 별미, 얼콰이와 루샨을 아시나요?

중국 여행의 일번지가 베이징의 자금성이라면 중국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는 윈난(云南[ Yúnnán] 운남)이다. 그 윈난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가 리장(丽江[lìjiāng])이다. 리장은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하다. 다들 리장 고성을 돌아다니러, 리장 고성에서 길을 잃고 싶어 리장에 간다. 


리장과 따리 위치 개념도 

      


리장 숙소에 짐을 풀고 고성 나들이에 나섰다. 한국을 떠나 중국 땅을 밟은 지 일주일 만에 살랑살랑 크로스백만 하나 걸치고 '관광'이란 걸 하러 나갔다. 리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의 '북촌 마을'이나 안동 '하회마을' 같은 곳이다. 리장이 복잡하고 상업화되어 있어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는 여행기를 많이 읽은 지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역시 리장은 리장이었다. 리장 고성은 카메라를 갖다 대는 곳마다 사진이 되는 곳이었다. 집도 가게도 길도 벽도 다 예뻤다. 리장의 밤은 낮보다 더 화려했다.   

   


리장 고성의 남쪽 입구 ⓒ위트립


딱 길 잃기 쉬운 미로 마을, 리장 고성 ⓒ위트립


리장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위트립



리장에서의 관광객 모드는 따리(大理[Dàlǐ])로 이어졌다. 리장 버스터미널에서 *시아꾸안(下关[xiàguān])행 버스를 타니 4시간 만에 국도변에 떨궈주었다(*시아꾸안은 따리의 신시가지, 시아꾸안에 못미쳐 따리가 위치함.) 중국 여행 일주일 만에 거리 감각도 대륙 스케일로 리셋되었다. 중국에서 버스 4시간 타기는 이제 한국에서 한두 시간 버스 타고 이웃 도시 가는 정도로 여겨졌다. 우리가 내린 곳은 버스도 택시도 보이지 않는 외곽 도로변이었다. 할 수 없이 자가용 영업차 헤이처(黑车[hēichē] 흑차)를 타고 고성으로 들어갔다. 

    

대리석(大理石)의 대리가 바로 이곳 따리(大理)라는 지명에서 왔다더니 따리 고성 어딜 가도 돌 천지였다. 리장이 세련된 젊은 커플들의 여행지라면 따리에는 내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따리는 리장보다 덜 붐비고 덜 인공적이었고 덜 고급스러웠다. 리장이 곱게 화장한 미인이라면 따리는 쌩얼의 자연 미인이었다. 나는 따리가 더 좋았다. 과거의 화려했던 옛집들을 박제해 고성 입장료를 따로 받는 리장과 달리, 따리는 관광지와 현지인들의 삶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고성을 거닐다가 현지인들의 시장과 학교, 헌혈차, 공안국 초소와 같은 현재 진행형의 현지인들의 삶의 단서를 마주치는 재미가 쏠쏠했다.

     

따리 고성의 물길. 홍징문 근처 ⓒ위트립


따리 고성 성벽에 올라 ⓒ위트립


한편 따리 거리를 다니다가 수도 없이 만나는 것이 있었으니 ‘운남 18괴(云南十八怪, 운남의 기이한 18가지)’ 중 하나라는 길거리 음식, 얼콰이와 루샨이었다. 너무 자주 보기 때문에 안 먹어보기가 어려웠다. 통영에 가면 충무김밥과 꿀빵을 먹어줘야 하듯이 운남에 가면 얼콰이와 루샨을 먹어줘야 한다. 둘 다 불에 구워 팔기 때문에 굽다의 카오(烤)를 붙여 카오얼콰이(烤饵块), 카오루샨(烤乳扇)으로 불린다.

      

윈난의 명물, 카오얼콰이 ⓒ위트립



카오얼콰이(烤饵块)의 얼콰이는 한마디로 전병이다. 얼콰이의 주재료는 찹쌀이라고 한다. 구운 얼콰이에 소스를 바른 후 양념한 고기와 신 김치 다진 것을 올린 다음 접어서 손에 쥐고 먹는다. 소스를 고를 때 달콤한 걸 원하면 "티엔(甜)", 매운 걸 원하면 "라(辣)"를 주문하면 된다. 얇은 탄수화물 전병에 다진 야채와 고기를 넣고 말아먹는 음식이니 터키의 케밥이나 멕시코의 또띠야, 베트남의 월남쌈과 같은 부류의 음식이다. 맛 또한 그렇다. 윈난에는 길쭉한 배추를 소금에 절여 만든 백김치를 총총 다져서 국수 고명이나 전병 속 재료로 많이 먹는데 이 김치가 들어가면 국수든 얼콰이든 중국 특유의 맛을 잡아 주어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윈난의 명물, 카오루샨 ⓒ위트립



또 다른 윈난의 별미 음식은 카오루샨(烤乳扇)이었다. 루샨은 야크젖을 발효시켜 얇게 만든 치즈를 말린 것이다. 달콤한 소스를 발라 구워서 꼬챙이에 돌돌 말아먹는다. 카오루샨은 한마디로 '구운 치즈말이'이다. 한입 먹어보니 독특한 풍미가 있었고 말린 어포를 씹을 때처럼 쫄깃쫄깃한 식감이 났다. 사실 루샨의 정체가 치즈였다는 사실은 여행 당시엔 몰랐고 몇 년 지나 한국의 요리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알았다. 


     

나시족의 상형 문자 동파 문자 ⓒ위트립


소수민족의 본거지 윈난을 대표하는 두 곳이자 유네스코 등재 유산이기도 한 리장과 따리의 이곳저곳을 다 챙겨보았다. 리장에서는 나시족의 상형문자 동파 문자가 인상적이었고 버스 타고 수허고진도 다녀왔다. 따리에서 바이족 의상이며 전통 수예품도 많이 봤고 고성 성벽에 올라 따리 시내의 무채색 지붕들의 항공 샷도 찍었다. 

      

버릴 것 없이 다 좋았지만 유독 얼콰이와 루샨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루샨의 맛을 떠올려 본다. 윈난에 다시 가면 루샨부터 사먹어야겠다. 이래서 여행은 맛으로 기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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