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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Jul 12. 2021

중국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주가각 찾아 삼만리

중국 여행 이틀째 오후에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기차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오전에는 상하이 교외 수향마을이라는 저우좡(庄, 주장)에 다녀올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 전날 우리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시기에 한국에 가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자기 숙소 예약 손님이 무사히 잘 와서 숙박을 하는지 점검차 국제전화했다가 저우좡에 가겠다는 내 얘기를 듣고선 무리라고 말렸다. 오후 항저우행 기차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거란 이유에서였다. 그분이 우리 기차표를 예매해줬으니 우리 스케쥴을 꿰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신 더 가까운 수향마을 한군데를 소개해줬고 그곳이 바로 주지아지아오(周家角, 주가각)였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전화로 보안로에 가서 주가각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보안로의 한자를 불러주셨다. 보통이라고할 때의 보, 편안할 안, 길 로. 보안로(普安路)라고 했다.


우리 모녀는 다음날 아침 주가각을 가기 위해 보안로를 찾아갔고 거기에서 주가각 가는 버스를 탔다. 차장이 탈 때 주가각 가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며 내려달라고 했다. 사실 이 때 난 내가 가는 곳 주가각의 중국 발음도 몰랐다. "주우~" 어쩌구저쩌구 하면 그게 주가각이라 믿었다. 또 실제로 그랬다.


그렇게 세상 모르는 해맑은 얼굴을 하고 우리 모녀는 1시간도 훨씬 넘게 버스에 앉아 차창밖을 줄곧 내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갔을까? 버스의 그 많던 손님이 하나둘 내리고 승객은 우리 둘만 남았다. 그러기를 또 한참 가서 차장이 와서 왜 안내리느냐고 했다.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노라니 차장과 기사가 둘이서 한참을 이야기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버스가 회차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때 알았다. 주가각을 지나쳐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엔 차장이 신경써서 챙겨주었다. 내려서 길건너 가라고 눈짓 손짓을 했다. 


우리를 주가각으로 데려다줄 버스


그렇게 우리 모녀는 하차를 당했다. 우리가 내린 곳은 도로변이고 아름다운 수향마을 주가각은 커녕 동네 개울물도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려고해도 내가 가는 곳은 한자 지명도 중국어 발음도 모른다. 이를 어쩌나???

난감했다. 내가 찾아가려는 곳의 이름도 모르니 물어볼수가 없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닥치는대로 걸었다. 야속하게도 관광지 표지판도 하나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다시 버스 내린 곳으로 왔다. 계획대로라면 우린 주가각을 보고 2시까지 상하이 숙소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항저우 가는 기차를 탄다. 문제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할 지 도 모르는' 최고 난이도의 미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목적지 지명도 정확히 모른 채 길 나선 게 만용이었다.


버스정류장 앞 가게로 들어 갔다. 과일을 사면서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 "조우???~""주우??" 주가각의 앞 글자 하나만 겨우 비스무리하게 발음하면서 애원하다시피 물었다. "내가 대충 말하더라도 당신이 좀 알아차리라고, 제발..." 가게 주인은 내가 찾을법한 곳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그분이 한자 2글자를 쓰니 내가 고개를 흔들고, 4글자를 쓰니 또 고개를 흔든다. 숙소 사장님이 우리말로 '주가각'이라고 했으니 한자는 단 3글자이다. 3글자이면서 "조우" 또는 "주우"로 시작하는 곳이 내가 찾는 곳이다.


포도 한송이 팔고 사면서 시작된 중국 아줌마와 한국 아줌마의 퀴즈 게임은 어떻게 끝났을까? 한참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중국 아줌마가 종이에 쓴 것은 세글자, 중국 발음 "조우~"로 시작된, 내가 숙소 주인한테 들은 바로 그 '주가각(周家角)' 세글자였다. 


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일까? 너무도 절박했던 우리는 주인의 손가락 방향을 머리속에 사진찍듯 입력했고 그대로 좇아 갔다. 아름다운 수향마을 주가각은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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