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편안함의 습격> #독서기록

by NOEY


독서를 매번 순간의 행위로 두었던 것이 안타까워, 올해는 휴직이라는 핑계를 빌려 독서와 그 이후의 기록을 부지런히 챙겨보려 한다. 감상을 감상 자체로 남겨두기보다는 그에 이유를 붙여보는 기록의 행위.


올해의 두 번째 책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쉽게 질려버리는 스스로의 성향을 잘 알기에 문학과 비문학을 교차로 읽으며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려고 한다. 심지어 가끔은 병렬 독서를 통해 지루함의 틈을 차단하려는 노력도 한다. <편안함의 습격>은 일부러 조금 속독을 했다. 기행문과 학술 인용이 적절한 비중으로 섞여있어, 계발 서적임에도 좀 더 속도를 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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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4

"어떤 도전이든 최악의 경우는 실패하는 것입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한두 군데 생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죽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아주 단순한 원칙이죠."


p378

"저는 도전과 힘든 과제를 해내는 것이 실제로 사람들의 DNA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케네디가 했던 말처럼요. '우리는 달에 가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엘리엇 박사의 도전 모델은 두 가지 원칙을 취한다. 1번, 과제가 엄청 힘든 것이어야 한다. 2번, 죽지 않는다. '엄청나게 힘듦'의 일반적인 기준은 모든 과정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전제 아래, 성공할 가능성이 50퍼센트 여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과제에 직면한다. 하나를 해결하면 잠깐의 쉴 틈 이후 금세 또 다른 하나가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모든 과제가 같은 수준의 깨달음을 주진 않았다. 하루 이틀 정도의 신경 씀으로 해결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진정으로 성장(혹은 그 비슷한 것)을 실감하게 해 준 과제들은 손에 꼽을 수 있다. 당장 '시작할 때 해낼 수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려 하니 쉽지 않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을 때,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 새로운 인연을 시작했을 때도 늘 '결국엔 잘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낙관적인 마음이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도전의식이 생기는 과제 속으로 나를 던질 수 있어야겠다. 도전하는 마음은 우리의 일부이고, 절반의 확률로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죽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p90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경험할 때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변환된다. 즉, 방금 일어난 일과 그로 인해 벌어질 일, 그리고 다음에 유사한 상황을 맞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한데 묶어서 기억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미래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뇌는 미래에 유사한 경우가 생겼을 때 생존에 도움이 될 만한 가치 있는 경험들을 기억에 저장한다.


우리 뇌의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유용하다. 수영을 열심히 해서 체력을 기르면 다른 운동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되는 것처럼, 개별적인 도전으로 인해 단련된 마음은 이후 다른 일들을 더 잘 해낼 수 있게 한다. 내가 도전하는 동안 함께 일하는 나의 뇌를 믿고, 계속 단련하자.



p167

만약 당신이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 그 회사가 팔고 있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요즘의 온라인 소셜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던 파트. 작년 소셜 인플루언서 업무를 담당하며, 그들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했었다. 스스로도 온라인 속 그들의 말과 이미지에 쉽게 현혹당하면서도, 그들을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모든 사람이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요즘의 환경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상품이 된다. 그걸 잘 이용하면 돈과 명예를 얻기도 할 테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상품이 되진 않도록 주의하자.



p174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따분함을 신봉하는 쪽입니다.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모든 것이 대단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역시 충분히 대단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내 상태를 합리화하게 해 준 인용문. 우리는 따분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대부분 휴대폰, PC 따위의 것이다. 그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나를 무척이나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요즘의 강제적인 칩거 생활은 따분함을 누리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금 나는 '마음의 유랑' 상태이고, 이것이 창의력의 주요 동력이 되어준다는 연구 결과는 내 마음을 더욱 편하게 만들어 준다.



p271 "오늘 나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수용'이다."


p322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했을 때 자신이 "없을 수도 있음"을 깨달으면서 지금 경험하고 있는 삶에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죽음이라는 숙명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은 겸손과 감사를 아는 사람이 되는 데 중요한 요인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할 때, "인생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기이한 특권"(작가 체스터튼의 말 인용)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p439

나는 이런 깨달음을 일상생활에도 적용했다. 생각을 줄이고, 대신 더 많이 '느끼고' '관찰'했다.

(...) 나는 나의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나를 흔들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졌다. '인간을 더 오래 살게 만드는 요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더 쉽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또다시 '편안함에 의한 침식'이 하루하루 조금씩 스며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 도전을 계획 중이다.


한 달간의 알래스카 기행을 마친 저자의 에필로그에서 이 책의 메시지가 제대로 드러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편안함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게 문제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진화가 아닌 변화를 겪는다. 이 와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을 줄이고, 도전하며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우리의 본능과 자연을 느끼고 관찰하는 것. 그렇게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잃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