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과 가면 - 존재의 감각 시리즈

찬란하다 : 숨을 훔쳐 쉬는 순간들

by 나소

‘찬란하다’는 말은 거창하게 느껴졌다.

완결에 가까운 사람, 인생을 통달한 사람이

결말 뒤에서 매기는 가치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초여름의 오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며 열심히 뛰는 사람들,

초록으로 머무는 나무들,

햇빛 사이사이의 조각난 그림자를 보다가

“찬란하다” 말한다.


커피를 때문인지 불안해서인지

뛰는 가슴 때문에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지만

마음은 여러 갈래라

와중에 찬란하다.


지켜야 할 것들을 쥐고 저렇게 열심히 웃으며,

애쓰며, 사람들은 만난다.

너무 예민해져 있는 몸과 정신에게

‘저것 좀 봐’ 채근했다.


오늘 하루 풍경이라고 할 만한 장면을 가졌다.

커피가 옅어져서인지 아까보다 가슴이 숨이 가라앉는다.


숨이 내려온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지만

늘 실행하긴 어려운 이유 덕분이다.


내 순간에 집중할 수 없을 때

다른 표정의 순간에 기댄다.

몰래 그 사람의 숨을 훔쳐 쉰다.

숨을 쉰다. 헐떡거리지 않고

부족한 공간에 억지로 숨을 들이밀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방법이다.


천천히 기대어 걸으며 풍경을 보는 순간은

통달했기 때문이 아니다.

조금씩 가슴을 펴고

숨을 넣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은

많이 지쳐봤던 사람이다.

놓지 않고는 부러져서

공간을 구축할 수 없었던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너무 지쳐서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의 숨 하나에

조용히 내 호흡도 섞는다.


마음으로라도 함께이고 싶은 진심을 갖는다.

그럴 자유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