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안개

by 사막여우

선명하지 않은 날이

조금 더 편할 때가 있어


보일 듯 말듯하게

서있고 싶은 날


있는 듯 없는 듯해도

괜찮은 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기를 바라는 날


마주하기보다

흘러가고 싶은 날


소리 없이 모르는 척

웅크리고 싶은 날


드러내지 않음으로

여지를 남기는 날


걷지 않기 위해

길을 잃고 싶은 날


아프지 않기 위해

혼자가 되는 날


나도 모르는 모호한 나를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날


모래 안개를 핑계로

잠시 흐려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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