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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 Dec 19. 2022

임페리얼 컬리지 인터뷰

Design Engineering Portfolios

2022년 A level A2과정 Term 1이 끝나고 아이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3주간의 짧은 방학이다. 


 한국으로 오기 전날 짐 잘 쌌냐고 안부전화를 했다.

“엄마, 임페리얼 컬리지 인터뷰가 목요일로 잡혔어”

“오~그래? 너무 잘됐다. 메일 온 거 한번 보내봐. 한번 읽어 볼게”

인터뷰가 잡혔다는 건 1차로 서류가 통과되었다는 의미이다. 아이가 제일가고 싶어 하는 학교에 한걸음 성큼 가게 된 것 같아 너무 기뻐한 것도 잠시, 메일을 보다가 뜻하지 않은 내용이 있어 순간 얼음이 되어 버렸다.


Dear candidates
                                                                                                              

Thank you for selecting your preferred interview time.

Confirming your attendance


I can now confirm that your interview has been booked and you should have received an email invitation containing the link you will use to join your interview via MS Teams. Please confirm your attendance once you have received this invitation by clicking 'yes' to the RSVP message (if you are unable to view this option, please simply respond to this email).


Pre-interview task


You will receive a further email approximately 15 minutes prior to your interview containing your pre-interview task. Please contact us immediately at 

design.engineering@imperial.ac.uk


if you have not received your pre-interview task by this time.


Portfolios


A final reminder that, where possible, you are strongly encouraged to present examples of your work. The format of your portfolio is not narrowly defined by us and could be, for example, preliminary sketches of your ideas, physical prototypes you have made, or links to work you have published online. We allow ~2 minutes for this section of your interview, so please consider how your work adapts to the online medium and prioritise examples that best demonstrate your suitability for a degree in Design Engineering.


We very much look forward to meeting you at your interview. If you have any questions at all,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Portfolios라니, 무슨 말이지? 엔지니어링 지원했는데. Design engineering이긴 하지만 뭔가를 미리 준비했었어야 한단 말인가?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Portfolios 블라블라...... strongly encouraged to present examples 이란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다른 학교에는 Engineering과 Mechanic engineering을 지원을 했고 Imperial College만 Design engineering을 지원을 했는데 아무리 Design이 들어간다고 해도 Portfolios가 필요할 거란 곤 상상도 못 했다. 


어떡하지? 지원한 아이들의 성적은 다 비슷할 거고 인터뷰 요청을 받은 거면 자소서도 괜찮았을 것이고 남은 건 인터뷰인데 그중에서도 2분 안의 Portfolios를 보여주는 것이 너무 중요해 보였다. 내가 면접관이면 뭘 중요하게 생각할까? 아이의 어떤 면을 보고 싶을까?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첫 째. 예술 쪽으로 가는 아이들은 Portfolios를 만들기 위해서 학원을 가서 준비를 하니 일단 친구 딸이 다닌 학원을 섭외했다. 스케치 몇 장은 해서 붙여야지. 경험 많은 원장님이랑 상의를 해야겠다. 

둘째. 엔지니어링이니 소프트웨어 몇 개 정도는 다루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일단 Blender로 모델링한 거 하나 만들고 엔지니어링 분야인 CAD 관련 작업한 걸 보여줘야겠다. 유튜브에 쉬운 투토리얼 찾아서 빨리 익히라고 해야지.

셋째. 초등학교 때 에어로켓 학교 대표로 나가서 상 받은 거랑 사진 첨부해서 어렸을 때부터 엔지니어링에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 보여주고

넷째. 시애틀 보잉사 방문해서 찍은 사진들, 지난번 드론 회사 가서 찍은 여러 가지 드론 사진과 직접 시험 운전해본 사진과 플라잉 분석 한 데이터 등등 계속 이 분야에 관련된 뭔가를 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자.


머릿속에 오만가지의 생각이 떠 올랐고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공항에 아이를 마중 나갔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왜 미리 몰랐을까? 왜 미리 준비를 못했을까? 미안함과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아이를 만나니 좋다. 

인터뷰 관련 얘기를 하자고 하니 일단 뭐 좀 먹자고 한다. 간단하게 먹고 예약해 놓은 미장원으로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고 산책 겸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9시가 넘었다. 한국에 온 기분을 깨지 않으려고 궁금해도 참고 하자는 거 하고 있는데 마음은 안정이 안된다. 내일모레 인터뷰하는 아이 맞나? 나만 급한가?


집에 와서 인터뷰 관련 준비 어떻게 할지 얘기를 꺼내서 Portfolios 만드는 것 엄마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얘길 을 하니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지난번 갔던 드론 회사 가서 다시 한번 드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고 한다. 엄마 생각에 넌 지금 근사한 Portfolios는 없으니 자신의 히스토리를 만들고 노력한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집중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니, 자기가 알아서 한단다. 당연히 알아서 해야지. 나는 그냥 도움을 줄 뿐이라고~~


마음이 바빠지고 불안했다. 아이도 그렇겠지만, 바쁜 티는 내지 않으며 뭔가를 하고 있긴 한데 영 미덥지 않다. 잔소리를 한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불안하여 아이가 자소서에 써놓은 반도체, 드론에 대해 공부를 했다. 물어보면 핵심만 대답해줄 요량이다. 그리고 Autodesk의 Fusion 360 시용 법을 익히기로 했다. 나라도 익혀서 단기속성으로 아이에게 가르쳐 줄 셈이다. 뭐라도 보여줘야 될 것 아니야~~~~


엄마라면 이렇게 만들겠다고 하고 대충 Portfolios PPT 뼈대를 잡아서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건성으로 알았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아이가 스케치해놓은 대로 Fusion 360으로 드론 날개 하나를 만들어 보여 주고 난 뒤 Quadro copter 드론 만들기를 시작했다.


인터뷰 당일날 네가 만든 Portfolios를 한번 보여달라고 했더니, 내가 보여주었던 예시, 방향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걸로 채워져 있다. 난 뭘 한 거지? 답답한 마음에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건 이런 거다 네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이런 걸 보여줘야 한다고 다시 한번 내 뜻을 전하고 조용히 방문을 무겁게 닫았다. 마음도 무겁다.


나의 의견이 반영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여러 번의 의견 충돌 경험상 이미 터득한 상황이다. 참고는 하되 본인의 뜻대로 처리할 것이다. 나는 최대한 필요한 데이터를 빠짐없이 전달할 것이고 그 데이터는 아이가 원하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일 것이다. 선택은 아이가 하고 인터뷰도 아이가 보고 대학도 아이가 가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 것이다. 


나는 조력자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기분은 썩 좋지 않으며 한편으론 걱정도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차라리 영국에 있을 때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가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이래서 다들 유학원에 의뢰를 하는 건가? 만감이 교차하며 머리가 지끈 아프다.




아이는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다. 떨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려고 평소랑 똑같이 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단다. 시험 칠 때 떨지 않은 건 처음이란다. 기특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는 진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상태는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번 아이의 성장을 느끼며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마음의 위안을 해본다. 이젠 좀 더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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