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교육부 주최로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공정성을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축소되고 수능 위주의 정시가 점점 확대되는 입시에 입학처장, 입학사정관, 교사 모두 우려를 표했다. 이날 발제를 한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학생부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대학 교육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났다며, 고등학교 교육이 대입 이전에 교육이 그 자체로서 바로 서고, 이것을 생활기록부에 잘 기록되고, 대학의 입시 자율권이 확대된다면 대학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뽑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대학의 입시 자율권을 확대해 달라는 마지막 말에 결국 대학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입시를 시행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혹은 가진 자가 유리한 입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제제와 획일적인 입시제도가 교육의 올바른 방향도, 공정성을 강화하는 유일한 방안도 아니기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보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학교 교육이 그 자체로 바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더 남았다.
공정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것 같다. 교과 성적이 입시에 크게 작용하다보니 수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데, 이 수업이 성장과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이라기보다 입시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SNS에서는 입시에 유리한 고등학교를 고르는 법부터 고교학점제에서 대입에 유리한 교과 선택하는 법까지 다양한 입시 전략을 소개하고 있고, 진학 진로에 민감한 학생들도 이런 관점으로 수업을 보고 있다. 수업이 교육의 본질을 담기보다 도구화, 상품화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또 공정이 교육과 평가의 중립성을 넘어 교육의 범위를 수치화 가능한 것, 명확한 것으로 제한하고 학업 외의 교육적인 다양한 활동을 배제하여, 우리 교육이 메말라가고 사회와 유리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이와 관련해서는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에서 좀 더 다루었다.)
공정의 가치가 이상하게 변질되어 교육에 적용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학생일 것이다. 교사인 내가 생각하는 공정은 학교 안에서 같은 것을 배우고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은 학생들마다 다양한 능력을 계발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더 열려야 하고, 또 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평가 내용과 평가 방법에서 교사의 재량권을 더 확대하고, 우리 사회와 교육이 연계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1990년대 봉사활동이 처음 교육과정에 들어왔을 때 경찰관, 소방관과 같은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이 먼저 쉽게 봉사활동 기회를 얻었다. 또 입시에 봉사활동이 들어가자 실제 봉사활동시간보다도 더 많이 봉사활동 시간을 받는 문제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DOVOL이나 1365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사회 자본(교육 분야 외 각종 사회 기관)을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망을 구축하여 학교 시스템과 연결하고 이를 통해서만 봉사활동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학생이면 누구나 공평하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지, 봉사활동을 없애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물론 교육 활동을 도입하기 전에 교육적인가, 학생의 수준에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개인적으로 고등학생이 학술논물 공동저자로 참여하는 것은 수준에 맞지 않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교육적 가치가 있다면 이 활동을 원하는 또는 필요한 학생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확장하는 것이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방법이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고 한다.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극복하고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마치 놀이 공간을 놀이터로 제한해 놓고 놀이기구를 조금 더 다양하게 마련하고는 아이들이 선택해서 탈 수 있게 하였으니 아이들의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과 같다. 아이들의 발달에는 놀이터뿐만 아니라 산, 바다, 수영장, 운동장 등에서 이뤄지는 놀이 활동도 필요한데 말이다.
공정의 가치가 우리 교육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 맞을까? 학교 안으로 교육활동을 한정하고 학업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단순하게 보면 공정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것이 과연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제한하여 학생 개인 간의 사회문화자본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높이며 다양한 능력 계발을 저해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공정은 하나의 잣대로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이 각자의 잠재력을 다양하게 계발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서로 연계하여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길러주고 이를 존중하여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이라 생각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학업 능력이 우수한 학생이 좋은 대학 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학업만이 대학수학능력을 보여준다고 보지 않는다. 또 고등학교가 대학을 보내기 위한 곳만은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학교 교육이 입시에 치우쳐 있고, 입시가 학업에만 치우쳐 있으니 문제이다. 적성이나 진로와 관련된 직접 경험이나 학생 주도적인 활동보다 학업을 우선시하게 되고, 학업 외의 활동이 축소되고 있으니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으며 학업 스트레스는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다양성도 상실해 가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학업 중심이 아닌 좀 더 유연한 입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진로와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앞으로 사회로 나아갈 학생들을 위해 우리 사회도 교육 영역에서 협력하기를, 그리고 학생 각자의 장점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교육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 참고: 2022년 제1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