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카를로 로벨리 著

by 풍뎅이

시간과 공간은 우리 삶과 분리될 수 없다. 인간의 직관으로는 시간은 누구에게 똑같이 흐르고, 공간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은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도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은 이런 생각을 뒤집었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사물의 속도나 질량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도 물체의 속도가 빠르거나 질량이 커지면 더디게 흐를 수 있고 공간도 휘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인간의 직관을 초월한 놀라운 발견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오랜 관심은 지금까지도 물리학자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을 통해 시간의 근원적 실체를 파헤쳤다. 저자는 공간은 '루프양자 중력이론'에 의거해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오로지 중력장만이 존재할 뿐이며 공간이 없으니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의 직관에 미뤄 이해하기 어렵지만 만약 인간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세부요소를 원자 단위에서 파악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시간이라는 전반적인 개념이 파생된 것은 인간의 감각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잘 이해가 되는가? 이걸 이해했다면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은 물리학과 관련된 책이지만 저자가 과학자로서 삶의 태도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카를로 로벨리는 물리학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철학자답게 인간 존재와 삶의 방식에 대해 과학자로서의 경험과 해법을 내놓는다.


"과학과 집단적 의사 결정의 과정을 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민주주의 사이에는 수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관용, 토론, 합리, 반대 주장의 경청, 학습, 그리고 공동의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태도이다.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른 주장을 듣고 납득이 될 경우 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며 나와 반대되는 시각이 정답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과학과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물리학자든 철학자든 지식의 최고봉에 이른 사람은 상대성을 인정한다. 그것이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이나 일맥상통하는 공통의 언어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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