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3대 마피아가 있다고 한다. 물론 진짜 마피아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호남 향우회, 해병대 전우회, 고대 교우회가 그것이다. 좋게 보면 친목 모임이고, 비뚤게 보면 그냥 패거리 모임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짧은 구호 속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 생각과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특정시점을 함께 한 공간을 공유한다. 단순한 기치를 내세우고 그 아래 하나가 된다.
이런 '뭉침'의 배후에는 인간의 고독함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있음에 불안감을 느낀다. 인류의 조상들은 수백만 년의 세월을 무리 지어 다녔다. 거친 자연에서 홀로 생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리로 다니는 것이 홀로 생활하는 것보다 생존력을 높인다. 그래서 지금도 뭉쳐 다닌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그것은 이미 우리 유전자 속에 깊게 각인돼 있다.
3대 마피아는 지연(地緣)과 학연(學緣), 그리고 군연(軍緣)으로 엮여 있다. 지연은 태생적이므로 본인이 선택할 여지가 없다. 학연과 군연은 옵션이다. 이런 모임은 대개 남성들이 주도한다. 비단 3대 마피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이런 유사한 모임이 많다. 꼭 호남 출신이 아니더라도 많은 향우회가 있고, 혈연을 기반으로 하는 종친회도 적잖다. 사람들은 이런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하나씩 더 확보해 나간다고 느낀다.
이런 모임에는 '우리 것이 최고'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 내 것과 우리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나쁠 이유가 없지만 그것이 최고라고 하는 순간 얘기가 달라진다. 내 고향 경주에도 이런 문화가 강한 편이다. 천년 고도, 빼어난 문화 유적, 향토 음식 등등... 경주에서 태어난 것이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자부심을 느낄만한 요인이 많다. 오랜 문화유산을 토대로 한 도시에서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낸 것은 일종의 축복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다. 경주만 훌륭한 것은 아니다. 너무 지나치면 자칫 독선적, 배타적으로 될 수가 있다.
나는 '우리 것'이라고 하는 것은 모호한 개념이라 생각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우리 것과 우리 것 아닌 것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100년 전까지의 유산과 문화가 우리 것인지, 아니면 천 년인지 만 년인지, 더 나아가 10만 년 전에 공유한 것도 우리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선조는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지구촌 곳곳으로 흩어졌다.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어디에선가 정착했고 거기에 걸맞은 생활양식과 문화를 꽃피웠다. 만여 년 전에는 한반도에까지 이주했다. 소위 '우리 것'이라고 하는 것은 별 것 아니다. 그냥 한반도의 지리와 환경에 맞는 그 무언가일 뿐이다.
어느 나라에 속했든 간에 그 문화와 유적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다. 나는 봉건체제에서 시민 중심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연 프랑스 혁명에 대해 같은 인간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또 잘 꾸며진 일본 정원을 보면 호모사피엔스의 풍부한 감성과 예술적 재능에 탄복한다. 내것과 네것의 구분이 없다. 우열도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산과 문화는 호모사피엔스인 '우리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