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나홀로...

by 풍뎅이

집안이 고요하다. 다들 일터로 나가고 나 홀로 빈집에 남았다. 책상 앞에 놓인 탁상시계의 '짹깍'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정적을 깨트린다. 집에 홀로 있으면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들기 십상이다.


삶은 눈앞에 놓인 징검다리 같다. 그냥 건너야 할 길이기에 성큼성큼 걸었을 뿐이다. 돌이켜 보니 어떤 것 하나에 매달려 열정을 쏟아부은 기억은 별로 없다.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뜨뜻미지근하게 살아온 것 같다. 직장에 들어가 30년간 일했고, 퇴직 때까지 적당한 수준에서 노력했다. 어쩌면 가끔은 적잖은 고민과 순간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기억밖에 있을 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지난 일이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기 객관화'는 형용모순이다. 네모난 삼각형 같은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을 주관적으로 평가할 뿐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기회를 갖기 어렵다. 만약 누군가가 카메라로 내 일상의 행동을 촬영해 보여준다면 그나마 객관적 시각에서 들여다본 나를 볼 수도 있겠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게 어렵지만 그냥 피상적으로 생각해 보면 '적당한 능력과 성품을 가진 , 그냥 나쁘지 않은(Not bad) 정도의 사람'으로 타인에게 비칠지 모르겠다.


퇴직 이후 지난 1년은 내 인생에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도 보냈지만 비교적 잘 지냈다고 자평한다.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이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다져나간 시간이었다. 또 스스로에 대한 한계도 명확히 느낀 시간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직장인이 겪게 될 불안한 노후, 퇴직자로서의 무력감도 맞닥뜨렸다. 피할 길이 없는 일이다. 이런 결핍은 삶에 전력을 다해 헤쳐가야 할 부분이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임도 인식한다. 누구나 평탄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인생에 굴곡이 없을 수야 있겠냐 마는 감당할 수준의 어려움만 주어지길 바란다. 나 역시 그렇다.


퇴직 이후 구직활동을 한 적이 없다.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딱히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구조에서 나이 든 사람이 스스로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개인의 열망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생긴다. 그 갭을 메꿔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결국은 적절한 타협 속에 갭을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니까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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