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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Apr 27. 2024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유리된다는 것


혼자 있으면서 온전하게 쉼다운 쉼을 가져본 때가 얼마나 있을까. 그러니까, 멍 때리는 것이 뇌의 휴식에 좋다던가. 그렇게 정말로 말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때는 생각보다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의 하루는 대부분 활자와 그림과 영상과 각종 소리 등으로 빼곡히 채워져있었으니까. 일상을 그런 것들로 덮어버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마저 있었다. 잠시간이라도 조용히 명상하듯 고요함 속에 머무르며 시간의 일부를 가지는 행위는 일상을 정돈시켜준다. 서재에 빼곡히 꽂혀있는 다양한 많은 책들을 곁에 두고 멍하니 앉아 있자니 갑자기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순간이 찾아왔다. 옛날에 자주 뒤적였던 책들이 멀게 느껴지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지친 정신과 늙은 육신으로부터 아득히 벗어난 듯한 느낌. 이걸 뭐라고 정의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런 걸로도 사소하게 아파오는 머리에 그냥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기로 했다. 여간해서는 잘 찾아오지 않는, 일상에서 마주치기 힘든 느릿하고 은근한 편안함. 그 얼마 되지 않는 한 줌의 고즈넉함을 가지기가 이토록 힘들다니.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일과들은 생각보다 힘이 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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