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충족되지 않은 꿈, 무의식 깊은 곳에 내재된 날 것의 거친 욕망,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구와 갈망 같은 것들이 한데 뒤섞여있는.
그 그림자는 생에 대한 공포를 가리킨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좌절감,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금 내 처지에서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을 거라는 무력감, 그로 인해 나라는 존재가 세상 속에서 작고 희미하게 덧없는 형태로 현존하고 있음을 일깨우는 거대한 세상으로부터 압도되는 감각.
우울의 또 다른 얼굴은 미움이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신의 모습, 그런 내 밑천을 그냥 드러내보이는 아무렇게나 주워입은옷차림, 새카맣고 공허한 눈빛.
깊은 우울은 자기 자신을 죽도록 미워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사람을 이해해서, 마음의 바닥을 너무 잘 알아서, 그것이 나 자신의 일부임을 알고 있어서, 그런 모습일지라도 누구에게라도 인정받고 수용되기를 바라서. 그것은 참을 수 없는 폭발적인 내현 분노로 이어지고, 날카롭고 무거운 살기가 되어 나 자신을 찌르고 상처입히다가 끝내 산산조각내버리고 만다.
그런 본질적인 회의감으로부터 비롯된 우울이 삶에 오래 드리워지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보여 거기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될 때, 사람은 비로소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