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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Jun 28. 2017

비와 당신

2017년 6월 28일, 여든일곱 번째

소나기가 쏟아졌다. 고개를 숙이고 무작정 지붕 아래로 내달렸다. 하늘을 볼 새도 없이. 머리와 어깨가 흠뻑 젖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일기예보를 보았었으니까. 심지어는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리고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도 보았다.

조만간 비가 오겠거니 하고 그냥 하던 일 마저 했다. 올 줄 알면서도 오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오히려 오지 않으리라는 듯이 넉넉하게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소망이 현실을 가리지는 못했다.

많은 일들을, 우리는 반기지 않는다. 올 것이 유력하거나 거의 확실한데도, 부러 아닌 체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흠뻑 젖는다. 비가 그쳐도 한기는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문득 하늘을 보았다. 비에 젖지 않은 구름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부러웁게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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