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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Jun 08. 2017

숨구멍에 구름이 떠다닌다

2017년 6월 8일, 여든여섯 번째

마냥 구름을 올려다 보았다. 우유를 마신 컵에 잘못 부은 물처럼, 새털구름은 부옇게 흘러갔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구름은 알고 가는 걸까. 희미하게 사는 건, 별 생각 없이 떠도는 건 나나 구름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했다.

초저녁이 되면 기침이 난다. 숨구멍에 무언가가 들은 것 같은데, 구역질이 날 만큼 숨을 긁어내도, 나태 같은 가래는 빠질 생각을 않는다.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피가 나면 아프다 자랑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오늘도 새털구름 같은 침을 뱉었다. 가래 같지도 않은 것이 자꾸만 목을 간질인다. 가래든 피든 하나라도 했으면. 의미 없는 모든 것은 낙인을 피해가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침을 옮겼다. 나처럼 목이 간지러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찮은 새털구름이 목을 간질이는지는 더욱 모르겠으나, 숨으로 목을 긁어내는 건 내 모습과 꼭 맞다. 공감이란 같은 것을 느끼는 게 아니다. 그러한 척이어도 위안이 되는 것이다. 나와 닮은 기침을 보면 가려움이 목에 밀려온다.

토해내자. 무어라도 뱉어내자. 새털구름이어도, 아무것도 아닌 침이어도 뱉고 보자. 목은 이리도 가려운데 기어코 기침을 참아낸다. 뭉게구름이 되어라. 진득한 가래가 되어라. 내 숨구멍을 막다가 단번에 튀어 나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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