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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Apr 15. 2022

검사들의 정신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회수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 말했다. "영장 청구권은 수사권을 전제"하기 때문이라 한다.


검찰 수사권 회수가 헌법 위반이라니?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이 전제되어 있다니?


헌법이 정하는 검사의 권한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위한 영장 신청권뿐이다. 헌법이 검사에게 직접 수사권이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보장했다고 해석하는 건 유추다. 그렇게 따지면 이런 식의 해석도 가능하다.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고 재판에 임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법관의 직접 수사권이 헌법에 전제되어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물론, 검찰의 수사권을 헌법이 금지한 건 아니다. 때문에 검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할지 회수할지 여부는 시민들이 조율해야 할 토론과 타협의 영역이다. 법의 한계 안에 있으니 정치로 풀어갈 영역인 것이다. 어느 쪽의 의견이라도 헌법의 울타리 안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사회의 대표인 입법부는 검찰의 수사권을 줄지 말지 논의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한편, 입법부에 저항하는 검찰의 주장은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96조가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으로 보장된다. 그와 같이 형사소송법을 만들었던 데에는 나름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벌써 70년 전이다. 반세기 넘게 시간이 흘렀고 상황은 이제 바뀌었다.


검사 수사권 회수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형사소송법이 헌법 위에 있다는 생각이다. 입법부는 법률을 만들고 고치는 조직이다. 심지어는 헌법도 바꿀 수 있다. "검찰이 국회 위에 있는 줄 안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검찰의 논리에 따른다면 당연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조항도 넓게 해석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국가공무원법은 검사를 "특정직 공무원"으로 규정한다. 제55조부터 제67조까지 공무원의 의무가 나열되어 있다. 그중 핵심은 집단 행위 금지이다. 특정직 기소 공무원은 수사권을 회수하겠다는 입법부의 의견에 대항해 줄사퇴를 암시했다.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직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대한민국 치안을 위협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노동자라면 정당한 파업이겠으나 특정직 기소 공무원이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다.


검찰 수사권 회수를 헌법 위반이라 말하는 건 헌법에 대한 모욕이자 법률가의 오만이다. 200년 전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나 보다. 헤겔은 『법철학』에 이렇게 썼다.


법률에 관한 특수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법률가 계층은 흔히 이것을 그들만의 독점물로 여기며, 전문적인 종사자가 아니고는 함께 이야기할 처지가 안 된다고 한다. ... 그러나 누구도 자기에게 신발이 맞는지 어떤지를 알기 위하여 스스로 제화공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듯이 사회 일반의 관심거리가 되는 문제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하여 도대체 그런 전문직종에 종사해야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쁜 놈은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놈들이다. 괴물을 잡으려면 괴물이 되어야 한다더니, 나쁜 놈 잡다가 검찰도 나쁜 놈이 된 듯싶다. 검찰청법 제4조에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라 규정한 건, 그들이 '당연히 공익의 대표자'라고 묘사한 게 아니라, '공익을 대표해야 한다'고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헌법정신은 어떤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이해만을 대표하는 정신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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