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이야기

[책 리뷰] '일을 잘한다는 것'

어느 게으른 월급쟁이의 고백

by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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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일에 관련한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아마 다음 책도 일에 관련한 책일 예정인데. 요즘 이렇게 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권태기라고 할까 일에 대한 의욕이 조금씩 사라지는 거 같아서. 입사 초기처럼 하기 싫다, 퇴사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좀 무던해진 연인처럼 일에서 오는 큰 자극이 사라지는 느낌. 좋은 건가?


하여간 '왜 일하는가'가 일을 시작하는 이에게 필요한 마인드를 다룬 책이라면 이 책은 이 시대에 일을 '잘한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즉 방법론에 관한 책이다. 책은 일본의 유명한(?) 컨설턴트, 경제전략가 2인이 서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쓰여져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에는 크게 기술, 감각 이 두가지가 있다. 기술은 말 그대로 일을 완성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적 역량을 말하며 감각은 어떻게 자원을 배치하고 새로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는, 정성적인 부분의 역량을 의미한다. 과거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있었다면 IT로 인해 급속도로 변하는 트렌드, 다변화된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해진 지금은 감각의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당연한 결론. 책은 이 개념과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예시를 든다. 대부분 낯선 일본 사례이기는 하나 꽤나 흥미로워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완독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러니하게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야말로 기술을 천시해온 감각주의자였다. 컨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문서작업능력, 형식적 보고체계, 기계적 출퇴근보다는 형식을 탈피하고 개인의 창의력에 집중하는 좀 더 자유로운 방식이 일의 성과를 높인다고 생각해왔다. 주기적으로 해야하는 업무보고니 마감보고니, 사업계획이니 하는 것들은 물론 매주 진행하는 의례적 회의를 내심 아니 노골적으로 혐오해왔다. 엑셀, 파워포인트와 같은 보고자료 작성 자체, 혹은 이를 위한 고민이 인생의 낭비라고까지 생각했다.


고백하건데 순전히 게으른 천성 탓이라 말할 수 있다. 엑셀이든 파워포인트든 배우기 싫었고 배워도 남들처럼 잘 안됐다. 시간이 지나 형식에 능한 동료, 형식에 집착하는 상사들이 미련해보이기 시작했다.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이다. 그렇게 일에서 필요한 정량적 가치들과는 담을 쌓게 됐다. 어떻게든 성공만 시키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요행과 기지에 집착하게 됐다.


물론 일의 특성도 분명히 있다. 히트치는 컨텐츠를 만드는 데 형식이 상관 없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허나 기술은 단순히 자료 작성, 형식적 논의가 전부가 아니다. 감각적 결론을 내리기 위한 기술적인 리서치, 학습, 결과에 대한 피드백의 축적 등 아주 중요한 또 다른 기술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모든 걸 미련한 기술로 치부해 멀리해왔다. 일의 성패는 천재적 감각이 좌우한다고 생각했으나 감각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후천적 노력마저 외면해왔던 것이다.


'왜 일하는가'에 이어 통렬한 반성과 깨우침의 연속이다. 일에 집착하는 이들을 무시해 온 과거, 나아가 일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등한시한 왜곡된 고집까지. 이러한 반성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도 있다. 인생은 관뚜껑 닫힐 때까지 모르는 법.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이렇게 지협적인 부분이 아닌데 너무 개인적인 차원의 느낀 점만을 풀어 오해하는 이가 분명히 생길 것 같다. 훌륭한 책이고, 일을 잘하는 데 있어 어떤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지 어렵지 않게 풀어 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시간 나면' 읽어 보시길.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개인기록용으로 좀 길어요. 안보셔도 됩니다*

-비자, 포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을 비롯한 일류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인재를 세계적 명문 미술대학워넹 보내 예술을 교육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는 미래 비즈니스 리더들이게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있다. -25p


-효용가치가 큰 상품보다 의미가치가 큰 상품이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점(어코드 vs 람보르기니) -35p


-오늘날에는 양적 문제보다는 질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 '의미'를 만족시켜야 하는 문제 발생. -37p

-효용가치->의미가치로의 변화. 의미가치를 형성하는 것은 제공하는 기업이 아닌 받아들이는 사람. (혼다 슈퍼커브) -38p


-비즈니스에는 끝이 없다 문제해결이 문제를 만드는 세상. 새로운 문제 설정은 감각과 예술의 영역이고 기술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해결과잉,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보인다. -41p


-논리는 항상 직관을 필요. 직관이 없으면 논리도 없다.


-과학이든 비즈니스든 출발점에는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 있다. -44p


-기술은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감각은 노력으로 향상시키기 어렵다는 인식, 이러한 인식이 감각을 기술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든 것(인과응보의 사고관 : 노력이 보상받는다. '공정한 세상 가설' <->기독교의 '예정설' 내일의 죠 예시) - 48p


-유약하고 불안한 사람일수록 법칙에 의존하는 것. -53p


-옳고 그름의 '과학적 세계' <-> 좋고 싫음의 '예술적 세계' -55p


-다양성을 외치는 사람일수록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다양성의 역설' -55p


-혼다소이치로와 후지사와 다케오의 관계 : 취향이 다르지만 최고의 콤비 -57p


-좋고 싫음의 취향 문제에 보편적 가치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하며 옳고그름을 따지는 건 허무한 일 -55p


-비즈니스에도 스포츠형 비즈니스냐와 예술형 비즈니스 두가지가 있다. 매출, 기업가치 등 외재가치로 설패여부가 결정되면 스포츠형 비즈니스. 이 둘 중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59p


-고도성장기에는 통일성의 스포츠형 비즈니스, 성숙기에는 다양성의 예술형 비즈니스 -63p


-기술은 일 잘하는 데 필수요소. 하지만 최고의 성과를 내는 데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71p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즉각 분석하고 싶어하는 사람' -94p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달라진다.(ex.처칠) - 104p


-일본 맥도날드에서는 프렌치후라이를 동물성 기름으로 튀김. 그 이유에 대해 맥도날드 재팬 대표는 '그게 더 맛있으니까' -123p


-일의 전략이란 시간적 깊이를 가진 스토리 -124p


-일에 대한 인간의 에너지를 물리 법칙에 비유할 수 있다. 전무니 사장이니 하는 직함을 위치에너지라고 한다면, 일은 하고 싶다는 것은 운동에너지이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 -129p


-하나하나의 행위 그 자체의 차이보다는 숭서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145p


-진짜 차이는 시간적 시퀀스를 볼 줄 아는 눈에 달려있다. -146p


-수치나 목표만 가지고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따른다. -152p


-일을 못하는 사람은 항목별로 나열해 적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병렬적인 사고의 문제점은 인과관계의 역학, 즉 시간의 깊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시간적 깊이는 직렬적. -143p


-"남들은 못보고 있었지만 나는 거기서 돈을 보았다"-153p


-인간은 의미를 모르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160p


-모든 것은 내면의 동기에서 시작된다. '인사이드아웃vs아웃사이드인' (넷플릭스vs블록버스터, 아문센vs로버트 스콧) -169p


-경쟁우위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인재, 물건, 돈 가운데에서도 인재. 게다가 능력, 기술보다는 동기부여. -185p


-1년차 때에는 누구를 만나든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하는 인사를 건네고 상대의 말에는 '네'하고 답하기. 이것이 사회생활 초기에 필요한 능력의 80퍼센트 -193p


-감각은 피드백을 받을 수 없어 감각이 없는 사람은 없는대로 그냥 해나가게 된다. 이것이 감각의 무서운 점. -194p


-'좋아하는 마음'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지 않으면 감각의 연마는 시작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일은 무슨 일이든 간에 하기가 상당히 괴로우니까. -198p


-'감각은 사후적, 후천적인 것' -199p


-상품의 사용가치에는 데이터와 기술이 유용, 의미가치에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중요. -201p


-자신이 일하는 자리가 자신에게 잘 맞는 곳이라는 안도감을 느끼지 못하묜 감각이 있어도 아무 소용 없다. -225p


-자신이 있던 자리를 벗어나봐야 그곳이 진정 자신의 자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226p


-재능진단 테스트를 하는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는 자신과 딱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가 맞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얘기 아닌지. -228p


-일이란 자유의지로 하는 것 -234p


-'어쩌면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유니클로의 시작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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